과욕이다. 가능한 만큼만 했더라면 그나마 좀 낫지 않았을까? 스텝바이스텝 하지 않고 번지점프부터 시도한 <아유레디?>는 저 스스로가 먼저 자기에게 'Are You Ready?'를 물었어야 했다.

80억을 들여 판타지 어드벤쳐를 펼친 <아유레디?>는 점점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는 한국영화의 표본적인 실패 사례를 보여준다. 큰돈을 쓰고도 컴퓨터그래픽은 실망스런 수준이었으며 게다가 드라마와 철저히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전에 버릴 것은 버리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보다 내실을 기했다면 이러한 일은 없었을 텐데 <아유레디?>는 애초부터 볼거리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었던 것이다.

냉정히 말해 아직까지 한국에선 <미이라>는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1984년에 나온 <인디아나 존스> 정도의 CG는 우리의 제작여건을 고려했을 때 가능하다. 20여년 가까이 뒤진 우리의 특수효과력은 결국 드라마에서 벌충할 수 있는 것이다. 서두르지 말자. 내 몸에 걸맞는 옷을 입자.

고은님 작가의 잘못도 크다. 먼저 캐릭터성이 약하다. 그들에게 저마다의 사연을 부여한 것이 결론적으론 영화를 더욱 혼잡스럽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또 거대 스케일 영화에 대한 경험부족 탓인지 그녀는 연출과의 조율에 소홀했고 자기 얘기에 고집을 피웠다. 그래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나 이음새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가령, 판타지의 세계로 진입하는 초반 사파리 장면은 꼬리를 채 감추지 못한다. 도망 와중 위기를 모면케 하는 불은 또 어떻게 지펴진 것이며, 대피용 차와 치료용 술은 또 어디서 그렇게 감쪽같이 대기중이었단 말인가. 준구(천정명)와 현우(이종수)는 왜 갑자기 싸우다 극적인 화해를 하는 것인가. 도무지 친절하지 못하다. 아니 몸둘 바 모르게 당황케 한다.

무엇보다 감독의 연출력은 심히 실망스럽다. 전체를 아우르는 기본적인 연출에서부터 액션, 편집 모두 이건 아니다 싶다. 대표적인 것이 황노인(안석환)의 베트남 장면이다. 이 부분은 돈만 많이 들어갔지, 제대로 건질만한 것은 없는 사족이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충실한 부분이라면 김보경의 관능미를 잡아낸 것이다. 왜 그렇게 카메라는 다리 아래서 위를 훑고 오래, 자주 머무는 것인지.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과 <마이너리티 리포트> 사이에 낀 <아유레디?>를 보고 있자니 한없이 서글퍼진다. 에이 씨, 유사 할리우드 전략은 이젠 그만두자. 정말 똑팔린다. '우리도 했네, 어떨까?' 하던 관객들의 호기심도, 애정도 이젠 예전같지 않다. 올 여름의 태풍이 지나가면 더더욱, 웬만큼 해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생존법은 오로지 남이 하지 않은 이야기를, 스타일을, 얼마나 제대로 선보이느냐이다. 아 유 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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