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참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 이유는 너무 상투적이기 때문입니다. 상투적이라는 것은 '버릇처럼 되어버렸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면 너무나도 익숙해서 친근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즉, 이 영화는 대중영화로서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잘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중영화서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잘 갖추고 있다는 것이 좋다, 혹은 나쁘다의 가치 명제의 개념은 아닙니다.

1. 유명한 사람이 나옵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반가운 사람이 나온다는 말이 더 일리가 있겠군요. 바로 반가운 사람은 다름 아닌 조디 포스터입니다.(포레스트 휘태커도 무척 반가웠습니다만.) 조디 포스터는 지적이면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많이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렇다할 작품이 없었죠. 실제로 아기 키우고,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았나 봅니다. 한마디로 조디의 팬들은 조디를 하루 빨리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었을 겁니다. <패닉 룸>은 그런 조디의 팬들을 관객으로 흡입합니다. 아마도 이 영화에 대해서 누군가가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어, 있잖아. 그거 조디 포스터가 집에서 딸이랑 도둑 잡는 이야기'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 만큼 영화 속에서 배우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대중영화를 표방한 경우에 스타 시스템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우선적으로 그 법칙에 아주 충실하고 있습니다.

2. 복잡하지 않아요.

이 영화는 미스테리 스릴러인척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이 영화가 처음 미스테리 스릴러인 척하는 혐의는 곳곳에 있습니다. 우선 연출자가 데이빗 핀처라는 것, 그는 <쎄븐>이라는 모호하고 매력적인 영화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파이트 클럽>이나 <더 게임> 역시 단순한 플롯의 이야기는 아니었죠. 그런 의미에서 관객들은 감독의 이름을 보고, '아, 또 이상스런 분위기?'라고 여길 것입니다. 또 '뭔가 있을거야'라고 착각하죠. 하지만 <패닉 룸>의 속살은 단순 그 자체입니다. 이 영화는 <디 아더스>인 양하고 있는 시침떼고 있는 <나홀로 집에>입니다. 감독의 이름 말고, 핀처의 연출 역시 미스테리 스릴러인양 하는데 일조 합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 멕 알트만(조디 포스터 분)이 핸드폰을 가지고 패닉 룸으로 다시 들어갈 때, 상황은 아주 단순하지만, 감독은 최대한 극적인 척 연출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앞집에 SOS 신호를 보낼 때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극적인 척 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단순 플롯의 오락 영화인데, 무언가 있는 듯한 영상과 분위기로 관객들을 뿌듯하게 합니다. 이것을 단순하게 속임수나 노림수라고 하기엔 순간순간 너무 극적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에 중간 중간 극적인 연출을 가미해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단순하고도 뭔가 있어 보이는 것을 즐기는 요즘 관객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연출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지 않고, 시나리오로 봤다면, 과연 재미있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3. 권선징악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범인들은 부정하려 해도 권선징악적인 사고를 피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이 선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그러한 논리에 완벽하게 부합하고 있습니다. 인물들을 살펴보면, 우선 주인공인 맥과 사라(조디 포스터와 그녀의 딸)은 착하니까 죽지 않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일종의 피해자로 등장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행복하지 않을 수 없죠? 다음은 버냄, 버냄은 심성은 착하지만, 결국 절도를 하죠. 그는 어떻게 될까요? 그는 죽지는 않고, 적당히 처벌받을 것입니다. 경찰에게 잡혀서 경미한 처벌을 받든지, 맥과 사라가 선처를 원해서 풀려날 수도 있겠구요. 다음은 주니어. 이 인간은 죽습니다. 범행의 주동자이자, 멍청하고 사악하며, 졸부입니다. 당연히 죽지요. 어떻게? 자신이 고용한 라울에게. 그럼 라울은? 처음에는 과묵한 성격인 듯 하지만 알고 보면, 미친 살인마입니다. 결국 손가락 철문에 끼고, 해머로 머리 통 맞고, 고생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나홀로 집에>의 바보 좀도둑 마브(다니엘 스턴 분)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인물, 알트만 선생(조디 포스터의 전남편)은 적당히 응징 당합니다. 그는 아내와 딸을 버리고, 젊은 모델과 바람이 났죠. 행색은 전혀 그래보이지 않았지만. 결국 그는 아내와 딸을 구하려 왔지만, 그동안 아내와 딸을 힘들게 한 죄값을 톡톡히 치룹니다. 다행히 죽지는 않지만요. 결국 이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은 철저히 권선징악적입니다. 심지어, 죄값의 경중이 죄의 경중과 일치할 지경입니다. 정말 과학적인 상투입니다.

결국 <패닉 룸>이라는 영화는 스타를 써서, 뻔한 이야기를, 보기 좋은 영상으로, 이해하기 쉬운 주제를 담아 만든 영화입니다. 정말 상투적인 영화죠. 그래도 나름대로 즐겁습니다. 아시죠? 이런 영화 보러 갈 때,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마세요. 그럼 본전 생각은 안납니다..
그럼 상투적인 글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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