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영화는 쉽게 동성애자들의 비하코드로 읽힐 수 있다. 누군가가 먼저 그 이야기를 냈는지 잘은 모르지만 서동진이 쓴 '누가 성정치학을 두려워하랴'에서나 각종 성적소수자들 사이트에는 정설처럼 내걸려있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퀸 오브 뱀파이어'는 이전 뱀파이어의 공식들과 상당히 다른 길을 걷는다. 여기서 뱀파이어의 조상은 고대 어느 왕국의 왕녀다.

팝스타 알리야의 유작이 되어버린 작품이라서 더욱 유명세를 탔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들한 이 뱀파이어 영화가 다른 뱀파이어 영화들과는 어떠한 점에서 다른지 살펴보면 어쩌면 정설로 받아들이고, 나또한 그렇게 믿고 있는 뱀파이어 영화=동성애비하영화 라는 등식이 수정되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우선 이 작품에서 뱀파이어는 다른 뱀파이어들과 다르게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당당하게 뱀파이어라고 밝힌다. 그리고 특유의 마성가득한 목소리로 하드코어 밴드의 보컬이 되고 그로 인해 제일 유명한 밴드리더가 된다. 그러한 점에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나 '어딕션', '블레이드'에서의 뱀파이어와 다른 점이라 하겠다. 심지어 '드라큐라2000'과도 다른 시작을 보인다. 이들 영화에서 뱀파이어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서 아주 소규모의 대중들 앞에 등장하고 그들을 먹음으로써 다시 사라진다. 그러나 '퀸 오브 뱀파이어'에서는 당당하다. 그는 뱀파이어들을 깨우기 위해서 등장하였다고 밝힌다.

이 지점에서 처음 내걸었던 등식은 일그러진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때문에 고민하는 억압받는 동성애자가 아니다. 그런 것은 없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가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는 인간을 뱀파이어화 시킴으로 이전의 슬픈 결말(뱀파이어 입장에서 보면)과는 다른 길을 간다. 이런 지점은 곳곳에 즐비하다.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뱀파이어 식구들의 등장이 그러한데 그 무리에서 떨어져 인간 속에서 지내던 여주인공은 결국 그 무리에 편입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설정과 결말을 어떻게 보아야할 것인가.

쉽게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이다. 이 영화는 전통 뱀파이어의 도식을 떠났고 유행중인 홍콩 와이어 액션이나 cg의 과도함도 벗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벗어남의 공백에 새로운 것을 넣었는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것들을 채운 것은 황당한 결말 뿐이다. 결국 어울리지도 않는 유머를 마무리해서 닫은 결말은 심각하게 유치하다.

그렇지만 어떤가. B급 영화정신으로 보자면 즐거우면 될 것을.. 내 생각에는 이 영화를 택한 사람중에 대단히 짜임새 있는 플롯이나 대단한 볼거리를 위해서 택한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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