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소년 지미 뉴트론]은 원래 텔레비전 시리즈의 파일럿으로 기획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본 파라마운트사 간부들의 맘에 들어 극장용 장편 영화로 확대되었다고 하죠. 앞으로 계속 시리즈 기획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올바른 선택이었습니다. 일단 시기를 잘 타서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부분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고, 텔레비전 시리즈로 데뷔했다면 아무래도 비슷한 소재를 다룬 선배 시리즈인 [덱스터의 실험실]과 여러 모로 비교되었을테니까요. 사실 지금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천재 소년 발명가가 주인공인 애니메니션 물에서 무얼 기대하세요?

영화의 주인공 지미 뉴트론은... 제목에도 나왔고 바로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천재 소년 발명가입니다.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답게 이상할 정도로 태평한 부모와 함께 살면서 지하실에 나사 사람들도 부러워할 실험실을 차려놓고 있죠. 지미의 평범하면서도 괴상한 일상은 달걀 모양의 외계인들이 폴트라라는 괴물에게 제물로 바치기 위해 지미가 사는 도시의 부모들을 모두 납치하면서 꼬이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간섭쟁이 부모들이 없어지자 해방감을 느끼지만 곧 그들을 그리워하게 되고 결국 지미의 지휘 아래 우주선 함대를 조직해 3백만 광년의 긴 여행을 떠나게 되지요.

[지미 뉴트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린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덱스터의 실험실]을 그렇게 맛깔스럽게 만들었던 시니시즘이나 포스트 모더니스트 농담은 거의 찾을 수 없죠. [지미 뉴트론]은 어린 관객들의 환상을 만족시키는 단순하고 경쾌한 소망 성취 모험담입니다. 로봇을 애완견 대신 키우고, 뚜껑도 달리지 않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 공간을 날고, 길가다 만난 소행성에서 캠프 파이어를 피우는 그런 식의 모험담 말이에요. [덱스터의 실험실]처럼 섬세하지는 않지만 위트가 부족하다고 할 수도 없어요.

이 작품에서 [토이 스토리]나 [몬스터 주식회사]와 같은 픽사 영화들의 기술 수준을 기대하셔도 안됩니다. 텔레비전 시리즈 파일럿을 부풀린 영화니까요. 영화는 꼭 텔레비전 수준의 테크닉만 보여줍니다. 그러나 테크닉이 거칠다고 해서 우리가 그 소박한 화면을 즐기지 말라는 법도 없죠. 가분수의 어린 주인공들이 마치 어린아이 손에 잡힌 작은 인형처럼 콩콩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꽤 재미있거든요. 가끔가다 영화는 꽤 흥미로운 비주얼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전 놀이기구들을 개조한 아이들의 우주 함대가 참 좋았어요.

[지미 뉴트론]이 픽사 영화들처럼 한 시대의 고전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아카데미 후보로 지명된 것도 순전히 운이었고요. 아마 어른 관객들은 이 영화의 타겟인 니켈오디온 시청자들만큼 즐기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눈 높이가 10살박이 아이들에 맞추어져 있다고 해서 그게 꼭 성인 영화들에 비해 가치없는 영화라고 할 수는 없죠. 오히려 지루해 하는 어른 관객들이 그 동안 그 단순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능력을 잃었던 것일 수도 있어요.

기타등등

보면서 자꾸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이 떠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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