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을 한다. 첫눈에 찌리릿 전율이 오고, 그들은 거센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 사랑에 온 몸을 내던진다. 밤낮 가리지 않고 섹스에 집중하며 사랑을 불태운다. 그러다 어쩔 때는 귀엽게 사랑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만 갈 뿐, 결코 식을 줄을 모른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당신은 어떤 장면을 상상했는가?

우선 잘 생긴 20대의 젊은 남자와 아름다운 20대의 여자를 생각하지 않았는지. 그렇게 젊고 예쁜 그들이 멋진 눈길로 서로를 간절하게 쳐다보다가 진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 고급 호텔 같이 분위기 있는 방 깔끔한 침대 위에서 근육질의 잘 빠진 남자와 역시 근사한 몸매의 여자가 우아하게 부대끼는 그런 장면을 상상하지는 않았는지.

그러나 이것은 70대 노인의 사랑 이야기다. 쭈글쭈글한 피부에 잘 생기지도 않았다. 허름한 주택에 요를 깔고 그 위에서 남자의 삐쩍마른 몸과 여자의 뚱뚱한 몸이 부대낀다.

이처럼 영화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관념을 정면으로 공격한다.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젊고 아름다운 사람들에 비해서 노인들은 언제나 주변으로 멀리 떨어져 소외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주변에 있던 늙고 못생긴 그들의 사랑도 따지고 보면 정말 하나 다를 바 없는, 다 똑같은 '사랑'인 것이다.

그러기에 영화는 섹스신을 정면에 등장시킨다. 노인들도 연애를 한다는 것, 서로 좋아하고 손도 잡고 데이트도 한다는 것은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해도 노인들이 섹스를 한다는 것, 그것도 밤낮 가리지 않고 눈만 마주치면 섹스를 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 것이다. 그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것을 이 영화는 정면에 내세워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의 방법과 비슷하다. 동성애를 이성애와 아무런 차이도 두지 않고 똑같이 묘사함으로써 '그거나 이거나 다 똑같은 사랑아니냐' 하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피 투게더>가 진지하게 사랑에 대해서 고찰을 하고 있는데 반해, <죽어도 좋아>는 어설픈 삼류 멜로, 로맨틱 코미디에 머물고 있다는데 그 차이가 있다.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사랑'이라는 관념에서 젊은이 대신 노인으로 단순히 치환하기만 했을 뿐 그 이상의 깊이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의 사랑이 단순히 젊은이들의 사랑과 같을 수가 있을까?

영화는 끊임없이 똑같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래도 같지만은 않은 것, 노인이기에 언제나 달고 다녀야 하는 죽음의 그림자를 아무런 고려도 없이 싸그리 지워버렸다는 것은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그저 똑같다고만 주장하기에는 67분이라는 러닝타임도 너무 길게 느껴졌던 것이다. 차라리 <해피 투게더>처럼 진지하게 사랑에 대해 고찰을 하든지 아니면 정말 로맨틱 코미디처럼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이 영화는 노인들의 섹스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혁명적이다. 하지만 노인들이 나와서 어설픈 말과 행동을 하는 걸 보여주는 예전의 어떤 TV 오락 프로그램처럼, 노인을 중심으로 다루고는 있지만 결국엔 또 다시 노인들을 대상화해버리고 마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 깊이 더 많은 생각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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