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둘 하나 SEX>로 인해 영상물의 등급보류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문화예술인들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이번 <죽어도 좋아> 사건은 그 이후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오히려 반증해주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언론 광고가 금지되며, 전용 극장에서만 상영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제한상영가'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전용 극장에 대한 허가가 나지 않아서 '제한상영가'란 현실적으로 '상영금지'를 의미한다. 영화를 국가의 지원을 받는 한 단체가 임의로 심의하고 사형선고를 내려도 좋은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단 <죽어도 좋아>의 경우가 아니어도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그리고 국가가 재단하는 도덕이라는 잣대에 대한 논쟁은 지금 이 시점에서 좀더 활기차게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 정답은 없다. 10년 전에 음란성으로 문제가 되었던 영화들이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포용력이 커지고 그 안에서 표현의 자유가 넓어진다는 것은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그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토론은 필요하다. 토론을 위해서 영화는 상영되어야 한다. 제한상영이건 18세관람가이건 간에 영화는 틀어두자. 그리고, 그 영화의 가치관이 옳은지 그른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논의를 통해 결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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