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TEAL)

-2002, 택시의 제라드 삐레 감독의 선택.-

1998년 프랑스 영화 한편이 추석쯤에 개봉되면서 한국에 많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택시를 주제로 하는 액션영화였는데 보통 프랑스 영화라고 하면 이해하기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던 대중들에게 헐리웃 스타일의 스피드 한 액션을 보여주어 관객들에게 프랑스영화를 친근하게 느껴주게 했다. 그 영화의 제작자인 뤽베송 감독은 개봉1년 전인 1997년 여름 제5원소라는 영화를 국내개봉 홍보 차 방한했다가 감독의 허락 없이 몇 컷의 장면을 잘랐다는 이유로 문제가 된 에피소드도 남겼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1년 후 택시라는 영화에서 다소 한국인을 비하하는 장면을 연출시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 택시의 감독이었던 제라드 삐레 감독이 4년 후 인 2002년도 올해 신작 한편을 들고 우리곁에 다가 왔다. 영리한 도둑과 도둑보다 더 나쁜 형사를 소재로 한 '스틸'이라는 작품이다. 영화스틸은 영어제목에서 S자가 달러스타일로 표기된 것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돈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돈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비리형사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틸'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상천외한 수법을 이용해 은행을 습격해 돈 가방을 챙겨 유유히 사라지는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한다. 현금수송차량도 예외는 아니고, 점점 대담해지는 이들의 범죄행각에 경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돈 세탁 과정에서 마피아와 결탁한 부패 경찰에게 덜미를 잡힌 이들은 부패 경찰로부터 풀어주는 댓가로 24시간이내에 200만불을 훔쳐내라는 협박을 받게 되면서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도둑을 소재로 한 영화는 예전에도 많았다. 장 국영 주연의 '종횡사해', 발킬머 주연의 '리얼맥코이',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식스티 세컨즈' 등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이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스틸'은 여러 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택시'에서 스피드한 연출을 보여주었던 감독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초스피드한 카액션과 더불어 인물하나 하나에 스타일리쉬한 표현을 강조했다. 또한 주인공이 완벽한 듯 보여도 조금은 허술하고 절대로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 '스틸'에서는 스타를 예감하는 배우가 하나있다. 예전에 '블레이드'에서 흡혈귀로 출연하고, 이번 여름에 개봉된 '피어닷컴'이라는 공포영화에서는 진지한 형사로 출연했던 스티븐 도프가 바로 그다. '제2의 제레미 아이런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연기와 냉혹한 표정연기는 그의 매력을 한층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 스피시즈 1,2, 맥시멈 리스크, 바운스, 나인 야드에 출연했던 나타샤 헨스트리지의 연기도 한몫을 더한다.

영화 '스틸'은 90분 가까이 되는 짧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영화이다. 요즘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레저 상품인 인라인스케이트도 이 영화 초반에 등장해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