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새넌은 자기 생일도 안 챙겨주고 전화 도청으로 사운드를 편집하는 무심한 남자친구 레이와 동거중이다. 우울해진 새넌을 위로하려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인 삼류 배우 프란시스. 둘은 나이트 클럽에서 흠뻑 취한다.

레이가 켜놓고 나간 기계를 통해 우연히 금고털이범들의 범행을 알게 된 두 여자. 그들의 전화번호까지 손에 넣은 다음 보상금을 타려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장난전화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다음 날 아침, 뉴스에는 굴지의 골드맥스 안전금고가 강탈당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고, 프란시스는 경찰 대신 금고털이범들을 협박하자고 새넌을 설득한다.

한편 경찰은 사건의 유일한 단서인 금발, 갈색머리의 매력적인 두 여자를 찾는데, 둘은 다름아닌 새넌과 프란시스. 하지만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둘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가져오라며 범인들을 협박한다.

장난삼아 시작한 일이지만, 그래도 상대는 전문 강도단. 그들은 두 사람을 없애려 혈안이 되고, 그럴수록 조직을 일망타진하여 돈을 손에 넣겠다는 두 여자의 욕망은 부풀어오른다.

드디어 007 제임스 본드보다, 미녀 삼총사보다 더 화끈한 두 여자의 일탈이 시작되는데... 그녀들의 황당한 범행이 멋지게 성공할 수 있을까?

좀더 사실적인, 그러나 유쾌한 코미디!!
여유 있는 유머는 리얼리즘에 있다!

잔잔한 감동속에 웃음을 녹여내는 것이 헐리우드 코미디와 다른 영국 코미디의 진수라면, 멜 스미스 감독은 그 선두에 있다. 웃음속에도 리얼리즘이 있다는 것이 멜 스미스 감독의 철학이다.

[하이힐 크라임]에서도 마찬가지로 멜 스미스 감독은 리얼리즘이 살아 있는 코미디를 염두에 두었다. 황당무계하지 않고 유쾌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넌과 프란시스가 똘마니 대니의 집으로 잠입할 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장면을 보자.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프란시스는 열쇠 없이 문을 열려다 신용카드를 몽땅 부러뜨린다. 다른 영화들은 철사 하나로 간단히 문을 열지만 [하이힐 크라임]은 신용카드로 문을 열 것 같은 상황을 던져주고 그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그것은 현실이다.

영화 장면들을 따라 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맥가이버나 슈퍼맨이 아니다. 멜 스미스식 코미디의 강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주 기분 좋은 코미디면서 두 여성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웃음속에서 감동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바로 영화의 사실성과 여유있는 유머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