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

-사랑, 그 순수함에 대하여-

사랑은 언제나 우리들의 삶 속에서 떠나지 않는 주제로 머물고 있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영화에 있어서도 사랑은 항상 영원한 소재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이렇듯 내년 2003년 1월 신년 벽두부터 한국영화의 첫 스타트는 아무리 봐도 사랑으로 시작할 것 같다. 영화 <마들렌>은 그렇게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나는 사랑의 영화다.

12월 17일 종로에 위치한 시네코아에서는 극장출입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향긋한 빵 냄새로 사람들의 후각을 자극했다. 다름이 아니라 극중 <마들렌>이라는 빵이 등장하면서 홍보사에 준비한 빵 냄새였다. 덕분에 잠시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덜어주는 동시에 맛있는 빵 맛과 더불어 부드러운 향취에 잠시 일상 속을 빠져 나와 <마들렌>빵 속으로 녹아있었다.

대략적인 스토리 라인은 아르바이트로 신문배달을 하면서 소설가를 꿈꾸는 국문학도 지석, 지석의 중학교 동창으로 당당하고 아름다운 헤어디자이너 희진! 이 둘만에 한 달간의 계약연애가 펼쳐지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다지 가식 없이 담담하게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사실 여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들은 그다지 특색을 찾아 볼 수 가 없었다. <만남>, <설레임>, <사랑>, <이별>, <기다림>, 그리고 다시 <재회> 등의 순서로 일반적인 멜로의 코드를 밟았던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그래서 낯간지러운 대사나 기름기 흐르는 연인들의 사랑장면 등을 굳이 보고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도리어 민망하거나 스크린 안에서 지루한 그들만의 대화인 듯 싶어 고개를 숙이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은 8월에 개봉한 한국영화 <연애소설>을 필두로 조금은 깨지기 시작했다. 비로소 멜로에도 <반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하반기에 개봉한 <중독>이나 <밀애>도 어쩌면 기존의 통상적인 멜로영화의 기존 틀을 버리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마들렌>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면 이 영화의 흐름은 기존의 멜로 영화의 형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90년대까지의 무미건조한 20대의 사랑타령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 속에서 주제의식이 어떠한가를 찾아 볼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 속에서 남녀지간에 <처녀>라는 의미가 과연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간에 어떠한 것이 더 중요한지를 현재 21세기 우리들의 모습에서 찾아보고 있다.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성을 사랑할 수 있는 남자의 모습, 그리고 솔직한 사랑과 그 사랑에 행복할 수 있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가수 조성모의 뮤직비디오를 비롯해서 다수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우리들에게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 신민아의 이번 연기는 실로 놀라움을 감출 수 가 없다. 이번 영화에서 단연 연기력을 뽑는다면 신민아의 자연스러운 면서도 가식적이지 않은 젊은 여성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어색하지도 않으면서 흐름에 맞게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아마도 필자의 생각으로는 여자배우의 기근을 맞고 있는 한국영화에서 앞으로 기둥역할을 단단히 할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전달받았다. 신민아의 중심 있는 연기가 영화에 상당히 비중 있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개봉작 <하얀방>, <색즉시공>, <마들렌>등에서 혼전 성관계에 따른 임신이나 낙태 등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 속에서 은연중에 깊숙이 주제와 맞물려서 이야기하고 있다. 현 추세에 맞게 책임 있는 사랑이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사랑은 기다림이라는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주제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다림 속에 약속과 솔직함, 배려, 행복 등 사랑의 요소들이 같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