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고스트]는 윌리엄 캐슬이 만든 동명의 귀신들린 집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원작은 무시무시한 공포물이라기보다는 보물 찾기 가족 오락 영화에 더 가까운 작품이죠. 가족들이 삼촌한테서 대저택을 상속 받는데 알고 봤더니 그 저택은 귀신들린 집이더라...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캐슬식으로 재미있지만 그렇게 자극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새로 나온 [13 고스트]는 이전에 나왔던 캐슬 리메이크 영화인 [헌티드 힐]의 동생 쯤 됩니다. 리메이크 과정은 동일하죠. 캐슬의 촌스럽고 푸근한 구식 호러 영화의 느낌을 싹 지우고 피투성이 살육과 특수 분장, 첨단 세트로 그 빈자리를 채운 거예요. 전체적으로 원작보다 어둡고 폭력적인 영화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세트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일러스 아저씨의 저택은 결코 옛 공포 영화에 나오는 귀신 들린 집이 아니죠. 철근과 유리로만 만들어진 이 건물은 집이라기보다는 막 만든 기계의 느낌을 강하게 풍깁니다. 실제로 기계이기도 하고요.

세트 자체는 괜찮습니다. 좀 지나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꽤 흥미진진한 기계여서 보는 맛이 꽤 나거든요. 귀신 영화라도 늘 옛 저택에만 갇혀 있을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네, 미래적인 세트 때문에 [큐브]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큐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 같은 살인 장면도 하나 있어요. 그렇다고 단점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겠더군요. 신선하진 않지만 그래도 꽤 흥미로운 장면이었거든요.

스토리는 재미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드라마보다는 비디오 게임에 가깝습니다. 주인공들이 첨단 미로에 갇혀 돌아다니는데 사방에서 괴물이 튀어나오는 거죠. 오히려 비디오 게임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는 번쩍이는 특수 효과와 특수 분장으로 도배되어 있긴 하지만 도대체 흥미를 끌만한 구석이 없거든요. 전형적인 할리우드 가족인 크리티코스 집안 사람들에게도 별로 신경이 써지질 않고요. 주인공들이 어필하지 않으니 유머와 화기애애한 가족애를 삽입할 생각이었던 의도도 먹히지 않아요.

[13 고스트]는 효과만 있고 사람은 없는 영화입니다. 물론 효과만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관객들도 많겠지만 이 영화는 아무래도 너무 건조하고 말라있어요. 영화보다는 유리 긁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첨단 기계를 보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기타등등

오리지널 [13 고스트]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장면이 앞에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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