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혼의 카니발]처럼, [세션 나인]은 버려진 건물에서부터 영화의 모든 것들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배우는 메사추세츠에 있는 덴버스 주립 병원입니다. 십 여년 전부터 버려진 빅토리아식 건물로 대낮에도 혼자 있기는 싫은 곳이죠. 영화를 대충 따라가다보면 스토리의 모든 요소들이 이 버려진 건물의 구조에서 따왔음을 알게 됩니다. 석면 타일이 뜯겨나간 천장, 벽돌이 떨어져 나간 지하실, 물이 고인 치료실, 텅빈 병동에 우두커니 서 있는 휠체어...

어느 날, 병원에 다섯 명의 남자들이 석면을 제거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정상적인 속도로 한다면 3주는 걸릴 일이지만, 회사의 보스인 고든은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애는 아프고 돈은 떨어져가고 회사는 휘청거리지요.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그는 일주일 안에 모든 일을 끝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합니다.

스트레스가 심하고 석면이 폐를 갉아먹는 지겨운 작업에 매달리던 그들은 서서히 병원의 힘에 말려듭니다. 고든이 스트레스로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동안 전직 법대생인 마이크는 메리 홉스라는 다중인격자의 치료 과정을 담은 녹음 테입을 발견합니다. 아마도 이 테이프 안에 병원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해답이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션 나인]은 시각적인 폭력으로 가득 한 영화는 아닙니다. 반대라면 반대죠. 상당히 폭력적인 사건들이 가득 한 영화지만 정작 폭력 묘사는 아주 절제되어 있습니다. 아니, 절제가 뭐야. 영화는 대부분의 폭력 장면들을 화면 밖으로 밀어내고 잘라버립니다. 우린 폭력 대신 폭력의 전조와 여파를 봅니다.

영화는 폭력 묘사 대신 캐릭터들을 그런 폭력과 공포로 몰아가는 원인에 집중합니다. 영화는 초자연적인 원인도 제공해주고 있지만 진짜로 흥미를 끄는 것은 캐릭터 내부에 원래부터 내제되어 있는 원인입니다. 영화는 경제적 압박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굉장히 현실적인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거든요. 그 때문인지 [세션 나인]이 묘사하는 노동자 계급 출신의 보스턴 남자들은 무척 현실적인 존재들입니다. 그 때문에 관객들은 더욱 더 쉽게 그들의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세션 나인]은 완벽하게 성공한 영화가 아닙니다. 각본은 흥미롭지만 종종 길을 잃고 방황하며, 고든 일행의 고난과 메리 홉스의 녹음 테입은 중간 중간에 삽입되는 복선에도 불구하고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지 않습니다. [세션 나인]의 각본은 아이디어에 어울리는 정교함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세션 나인]은 성공한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적절하게 캐스팅된 배우들은 모두 자기 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고든 역의 피터 뮬런은 훌륭합니다) 종종 상당히 훌륭한 아이디어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지하실의 불이 하나씩 꺼지는 동안 암소공포증이 있는 제프가 뒤를 쫓아오는 어둠으로부터 달아나는 장면과 같은 것들이 좋은 예죠. 참, 이 영화엔 [체인즐링]만큼이나 섬뜩한 휠체어가 등장한답니다.

기타등등

필 역의 데이빗 카루소는 촬영 도중 창밖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존재가 쓱 지나가는 걸 봤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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