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는 어떤 세대의 인간들과 함께 늙어 가는 시리즈라는데 감동이 있다. 나 또한 내 옆의 어느 아저씨 관객처럼 이 영화와 함께 늙어가고 있는 세대다. 어린 시절, 고교시절, 그리고 청년. 약 20년을 같이 산 한 영화와의 지속적인 관계. 한 인생 살면서 이렇게 오랜 정분을 나눌 수 있는 영화가 과연 몇 편이나 된 단 말인가. 환갑이 다 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T-800으로 다시 등장했을 때, 그래서 나는 박수를 쳤다.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이하 [T3])는 성장 중의 영화다. 비록 미래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이 전편보다 줄고, 새로운 출연진들의 극적 기능이 미비한 성장 정체를 보이기는 하지만 영화가 열어놓은 4편에 대한 기대감은 이 영화를 함부로 재단할 수 없게 만든다. 3편을 맡게 된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은 전편과 아직 공식적인 예고가 없는 4편 사이에서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숨 쉴 수 있도록 심장박동장치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그렇기에 나는 에드워드 펄롱 같은 꽃미남이 나오지 않았다고, 클레어 데인즈가 삭았다고, 새로운 터미네이터 T-X(크리스티나 로켄)가 덜 위협적이라고 불평하지 않는다.

다만 4편이 실망을 준다면 3편은 같이 죽어줘야 할 것이다. 내가 상상해볼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4편의 시나리오는 인간과 기계간의 처절한 미래 전투, 마이클 빈과 린다 해밀턴의 재등장, 터미네이터(아놀드)의 다시 악역으로의 전환(1편에선 악역이었고 2편에선 선한 역, 3편에선 두 역을 같이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3편에서 터미네이터는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존은 2032년 7월 4일에 죽는다. 내가 널 죽인다. 나한테 감정을 기대하지 마라. 난 기계다.")이다. 그리고 중요한 한가지. 감독은 역시 제임스카메론이 되어야 한다. [★★★]

※덧붙이기
터미네이터 시리즈 최초의 여성 기계 캐릭터인 터미네이터 T-X는 아무리 망가져도 조금만 있으면 이쁜이로 되돌아온다. 이는 마치 여자들이 꾸준히 메이크업을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싸우는 와중에 T-X가 거울에 자신을 잠시 비춰보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