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잠시 후, 같은 극장에서 <28일 동안>을 보다. 표 2장을 잡아둔 터라 연인석을 배정받았는데 거기엔 아리따운 아가씨대신 가방을 앉혔다.
나는 이유 없이(심리학자가 분석해준다면 뭔가 그럴듯한 게 있겠지만) 로빈윌리암스가
출연하는 영화와 산드라블럭이 나오는 영화가 싫다. 만인들은 로빈 앞에서 환하게 웃지만
나는 무덤덤하기만 하다. 산드라블럭도 마찬가지이다. <스피드>에서 그녀는 보이지 않았
으며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보면서도 잠들었었다. 그럼 왜 그들의 영화를 보느냐구?
걔네들이 나와서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오니까 그리고 영화니까 본다. 게다가 오
늘 본 영화는 공짜아닌가!
<28일 동안>은 알코올중독자 산드라블럭이 갱생원에서 28일 동안 뭔가 갱생(잠깐코너-
'갱생'이 무슨 뜻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갑자기 생소해진다. 사전을 뒤져본다. 음-「다시
살아남. 생활을 새롭게 함」뭐이런 뜻이군. 하하)의 깨달음을 얻고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예상해볼 수 있는 대로 갱생원에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부대끼면서 차츰
심신을 회복해가는 산드라블럭이 나온다. 갱생의 의지가 다분해보이던 소녀가 죽는 설정
을 통해 괜한 감상을 자극하기도 한다. 모든 게 상투적이다. 산드라블럭의 얼굴도 상투적
이다. 나는 산드라블럭이 싫다. [★]

추신: 감초격으로 나오는 스티브부세미는 언제 어디서 만나더라도 반갑고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