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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는 호주 영화계가 자신있게 내놓은 흥행 영화. 볼룸 댄스의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한 젊은 댄서의 좌절과 재기를 박진감 넘치는 댄스 씬들과 함께 엮어서, 그 힘이 헐리우드의 웬만한 댄스무비 명작들에 필적한다. 두 주인공은 모두 호주의 톱 클라스 무용수들이라고 하며, 감독 루어만 자신이 무대에 올렸던 것을 영화화했다. 92년도 칸느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대두되었으나, 너무 '대중적'이라는 이유로 아깝게 수상을 놓쳤다.
이 영화는 이미 8년전 당시 호주 국립 연극 예술 학교(NIDA: National Institute Of Dramatic Art)의 학생이던 바즈 루어만이 동료 학생들과 함께 만든 연극이었다. 시드니에서의 공연이 호평을 받고 1986년 체코슬로바키아 국제 연극제에서 주요 부문의 상을 휩쓸며 성공을 거두자 호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엎고 M&A 영화사의 테드 알버트가 제작을 결심했다.
호주 영화는 미국영화의 영향권에 속해있다. 자본과 기술을 지원받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철저한 엔터테인먼트정신을 수렴하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미국적 스타일이 기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흥행에 성공한 <매드 맥스>, <목격자>, <크로커다일 댄디> 등이 대표적인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을 호주 영화라고 식별해서 본 관객은 드물다. 호주의 자연과 풍물적 흥취를 가장 많이 흡수한 <크로커다일 댄디>도 미국의 잊혀진 향수를 달래는 현대의 카우보이 이야기쯤으로 평가되었다. 그만큼 미국 영화의 화법과 스타일을 그대로 닮았다. 그러나 호주영화도 세계의 영화사에 독립성을 주장한 시절이 있었다. 호주라는 제3대륙의 풍토적 특성을 살린 정감 넘치는 로컬 영화를 만들곤 했다. 다만 2차대전 후의 쇠퇴기를 거치는 동안 어느 덧 미국 영화의 엔터테인먼트를 습득하면서 개성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댄싱 히어로>는 전통적인 호주 영화의 감촉을 진하게 풍겨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되는 작품이다. 우선 이 영화의 토털 이미지는 역동적인 춤으로 점철된 화려한 댄스 무비로 시종하고 있지만 드라마의 저류를 형성하는 숨은 내면은 로컬영화의 분위기를 머금고 있다. 자기의 몫을 지키는 사람들의 정직한 마음, 소박한 감정을 자연의 정경처럼 내면 깊숙이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예정조화적 도식성을 벗어나지 못한 흠이 있지만 화려하고 격정적인 춤의 그늘에 부각된 구김살없는 사랑의 정감이 설득력있게 그려졌다. 연극계 출신인 신인감독 바즈 루어만은 먼저 견실한 영상공간을 설정하고 그 속에 약동하는 이미지를 끌어들인다. 그는 대상을 객관화하기에 앞서 대상속에 스스로를 몰입시키는 체감적 연출을 시도한다. 이 감독은 처녀작의 소감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호주는 이제 미국 영화의 흉내를 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잠재력을 현실화시켜 나갈 뿐이다. 우리는 스펙터클한 영화를 만들 자금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고 느낄 시간과 공간은 있다" 우리의 젊은 감독들도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많은 화제를 뿌린 만큼 이 영화의 뒷이야기가 재미있다. 8천 달러 어치의 타조 깃털을 수입, 의상에 사용했는가하면 의상 제작과 데코레이션에만 5천여 시간이 소요됐고 라스트 신에서 주인공이 있는 의상인 볼레로 자켓 한 벌엔 6천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수입한 각국의 배급업자는 반드시 일주일간 불륨 댄스 강좌를 받아야한다는 희한한 구절이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다.
21살의 프로댄서 스캇(Scott Hastings: 폴 머큐리오 분)은 엄격한 무도장의 제1규칙(볼륨 댄스는 허리 아래로만 춰야함)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스텝으로 춤을 추는 위반을 범한다. 곧 협회의 징계가 따르고 파트너 리즈(Liz Holt: 지아 카리데스 분)에게 조차 버림 받는다. 6살때부터 키워온 자신의 야망이자 부모(셜리(Shirley Hastings: 팻 톰슨 분 / 더그(Doug Hastings: 베리 오토 분)의 꿈인 환태평양 대회에서 우승은 물거품이 된 것이다. 어떤 여성 댄서도 그의 파트너가 되어주려 하지 않기 때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프랜(Fran: 타라 모리스 분)이 나타난다. 미운 오리 새끼로 취급을 받는 댄스 초보자인 프랜의 집요한 설득으로 스캇은 의욕을 되찾고 뻣뻣한 그녀를 일류댄서로 다듬어 간다. 한편 댄스 협회장인 배리(Barry Fife: 빌 헌터 분)는 스캇과 프랜이 조직한 이단자 커플을 해체시키려 압력을 가한다. 프랜과 함께 자신들만의 스텝으로 사랑의 룸바를 추기로 한 환태평양 전날밤, 배리는 스캇 부모의 슬픈 과거를 폭로하며 자기가 정해준 파트너와 협회규칙에 따른 춤을 추라 종용한다. 양자택일에 걸린 스캇은 과거로부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프랜에게 등을 돌리기로 한다. 그러나 대회시작 직전, 아버지에 의해 진실이 밝혀진다. 모든 것이 2대에 걸친 배리의 음모였음이. 자신의 느낌과 본능대로 춤을 추는 그들에게 관중들의 환호가 터지는 바로 그때 배리가 개입해 음악을 끄고 두 사람의 퇴장을 명한다. 그들이 퇴장 인사를 할때 스캇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치기 시작하고 대회장을 울린다. 박수는 삽시간에 퍼지고 대회 중지를 항의하는 6천명의 관중들, 드디어 스캇의 열정적인 스텝들이 쏟아져 나온다. 댄서로서 상처를 안고 살아온 아버지 더그가 어머니 셜리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다. "추실까요?" 일제히 춤을 추는 6천 관중에 휩싸여 스캇과 프랜이 승리의 키스를 나눈다. 백넘버 100번, 스캇 헤스팅스, 21살의 '댄싱 히어로'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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