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리 형제는 항상 즐겁다. 그리고 필자에게 단 한번도 실망을 주지 않았다. <덤앤더머>, <킹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그리고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까지. 그들 작품의 계보 속에 재미없는 영화는 없다. 필자의 머리 속에 '패럴리=재미'이다. 그리고 그 공식은 아직까지 불변이다.

일단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이전의 작품들을 보자. 이 작품들을 꿰뚫는 하나의 코드가 있다. 그것은 엽기이다. 엽기라는 단어가 유행하기도 전에 이미 패럴리(바비 패럴리/피터 패럴리)는 엽기로 사람들의 배꼽을 접수했다. 그들의 유머는 극단적이고, 자극적이다. 혹자는 분변학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수식어를 달기도 하지만, 패럴리의 유머는 학문이나 체계로 설명할 수 없다. 아니 설명할 필요가 없다. 패럴리는 패럴리 자체인 것이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어떤가? 여러 작품을 거쳐오면서 그들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단지 새로운 배우가 나오고, 줄거리가 바뀌었지만, 그들은 늘 더러운 것, 유치한 것을 사람들을 웃겼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면 그만이었다. 그들의 영화를 보고 나면 딱 이런 기분이 들었다.

"이 영화 기똥차게 재미있네!"

정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필자는 그런 느낌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리고 아직도 좋아한다. 하지만 패럴리 형제는 좀 다른 것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웃고 마는 영화가 아닌, 또한 더러운 소재가 아닌. 이 발언을 함에 있어, 물론 웃고 마는 일이나 더러운 것에 대한 편견은 전혀 없다. 필자나 패럴리나. 그 의도는 이번 영화에서 적중한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적당히 무게가 있다. 그리고 상당히 진지하다. 그리고 그 진지함 속에 웃음이 녹아 있다. 그 웃음은 소위 말하는 화장실 유머와는 거리가 있다.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웃기기도 지양하고 있다. 그 전에 패럴리는 진지한 무언가는 관객에게 계속 말하고 있다. 심지어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물론 패럴리 팬들은 적응되지 않지만.

필자는 이번 패럴리 형제의 작품을 자신의 새롭게 갈 길을 모색해야하는 시점에서 나온 적당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패럴리 형제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자기 방식으로 그간 구축했던 웃음과 작가로서 지녀야할 주제 의식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들은 고민스러웠을 것이다. 만일 그들이 현명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처럼 되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페럴리의 줄타기는 성공적이다. 한마디로 '재미+교훈'이 있다는 말.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일반적인 조롱과 조소가 많이 줄었다. 마치 이 영화의 주인공 '할(Hal)'처럼 처음에 세상을 비꼰 눈으로 보았던 그들이 점점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그들의 따뜻한 시선과 다정한 유머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일견 그들의 지독한 유머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것은 철저히 패럴리 형제만이 가능한 것이니까. 그리고 그들의 신작을 벌써 기다리고 있다. 왜냐? 여전히 필자는 패럴리 형제의 옹호론자이니까.

* 이래나 저래나 영화 속에서 가장 웃기는 캐릭터는 할의 친구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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