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이야기의 주제와 영화적 표현을 기막히게 조율하며 두 마리의 토끼를 쫓고있다. 외모에 치중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코믹하게 비틀고 꼬집으면서 영화 주제에 대한 정당성과 서사의 추진력과 완결성을 추구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주제를 구체화하는 이미지들은 반대로 추녀보다는 미녀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의 욕망을 한껏 충족시켜주고 있다.

이런 절묘한 기획이 실행되는 정점에 미녀 기네스 팰트로가 있다. 금발의 쭉쭉빵빵한 그녀의 이미지는 외모와 착한 마음이라는 두 가치가 대립하며 통합되어 있으며 관객들은 본의 아니게 감독이 연출한 모순적인 상황에 내던져지고 만다. 기네스 팰트로는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스러운 뚱녀 로즈마리의 아름다운 내면을 상징하고 있지만, 관객들에겐 기네스의 아름다움은 로즈마리의 내면의 아름다움이 아닌, 기네스 자신의 육체의 외모의 아름다움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정교하게 하는 수단으로 미녀 기네스와 추녀 로즈마리의 이미지를 교차하는 장면들이 쓰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모순을 극대화 시키고 만다. 추녀 로즈마리가 외모는 부담스러울지 몰라도 내면은 참으로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긍정을 이끌어내기는커녕 오히려 빼어난 외모의 기네스와 대비되는 존재로서 비하 되는 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분명 이야기는 뚱녀 로즈마리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과정인데 우리들은 그에 동의하면서도 눈은 기네스의 볼륨 있는 몸매를 질펀하게 훑고 있다.

이를 자각하고 반발하는 자 있으면 나와보라! 십중팔구 관객은 이미 꽉 짜여진 이야기의 완벽해보이는 흐름에서 그 모순성을 따지기보다는 서사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이미지를 통해서 자신의 욕망도 채워간다. 욕망에 기초한 관객들의 적극적인 동의를 받아 안은 그녀의 모순적인 이미지는 주인공 할과 벌이는 데이트장면에서 폭소를 자아내며 관객들에게 엔도르핀을 선사한다. 속아넘어가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말이다.

이런 모순이 그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가장 중요한 영화의 결말에서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은 이제껏 이야기의 흐름에서 드러난 주제의식에 공감하고 감정을 정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러 기네스의 이미지가 사라짐과 동시에 부담스러운 뚱녀 로즈마리만 남으면 영화를 이끌어왔던 주제의식은 사라지고 기네스의 아리따운 이미지에 대한 미련만이 공허하게 메아리 친다.

조금은 진부하지만 가치있는 주제와 빼어난 미모의 여배우를 캐스팅 하여 흥행을 보장 받아야 하는 한계를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와 코믹한 스토리 전개로 커버하려 했지만, 결코 완벽한 성공이라 하 수 없다. 관객들은 충분히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하겠지만,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자는 의식의 공유는 어림없다. 차라리 영화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의 접근방법이 더 좋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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