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01년 한해 동안 조폭 시리즈로 밀고 나갔다면 미국은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던 2001년을 전쟁영화로 한방에 날려 보냈다. 내가 생각하는 전쟁영화만 해도 진주만과 에너미 엣더 게이트, 코렐리의 만돌린 작년에 리덕스 감독판으로 다시 나온 지옥의 묵시록까지 어느 때보다 전쟁영화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였다. 그런데 미국은 흥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올해 첫달이 시작하자 전쟁영화가 들어왔다. 에너미 라인스, 그리고 지금부터 얘기할 블랙 호크 다운.

그 런 데

벌써부터 봄을 타고 있는 지 왜 이리도 졸릴까 영화를 보는 내내 잠만 자니 말이야. 다른 사람들 팝콘 먹는 소리 조차 내지 않고 보고 있는데 코까지 골면서 자는 노처녀.

유명한 글래디에이터의 감독인 리들리 스코트와 제리 브룩하이머의 제작이라는 유명한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침흘리면서 자다 일어나서 부스스 집에 가면서 생각한 결과.

영화의 내용이 ....................... 기억이 나지 않는다. -_-
분명 이 글을 보면서 사람들은 말하겠지?
저 여자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런 글을 쓰는 걸까?

하지만 노처녀가 고민을 하고 또 고민 고민을 한 끝에 생각 난 것은 부상당한 동료의 동맥에서 솟구치는 피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위생병을 돕는 장면에서 옆에 있는 위생병의 표정과는 너무나도 대조되게 담담한 표정을 짓는 조쉬하트넷의 눈빛 뿐 이었다.

이 영화의 주 내용은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파견된 미군 부대가 겪은 실제 상황이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로는 별 내용이 없다. 결국 하나로 엮자면 우리네는 이렇게 우정이 대단하다 너네는 우리 우정만 하냐? 라는 자기네 자랑뿐이다.

이 영화 뿐만 아니라 전쟁영화를 볼 때마다 그것들은 전부 자기자랑 같이 느껴진다. 사람도 늘 그런 얘기를 하지 않은가? 특히 남자들 "내가 이십대 일로 이긴 몸이야!" 이런 식으로 자기를 추켜 세우는 말과 전쟁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이런 몸이야" 라고 영화를 통해 추켜세우는 것을 보며 문득 노처녀는 남자와 전쟁 영화는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블랙 호크 다운을 자와 자찬이라고 또 한번 얘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제로 있었던 얘기라고 스크린 상에 커다랗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실제로 내가 육이오 전쟁 때 이러이러했지." "내가 다닌 해병대 에서는 말이야(특히 군대 얘기가 가장 주류) 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더 호기심이 솔깃하지 않은가. 영화도 그런 남자의 마음을 본 따서 실제 얘기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얘기를 언급한 것같다.

전우를 잃어버린 허탈함을 이기고 군인들 사이에선 서로간의 협조가 이뤄지며 전우애와 인간애가 피어난다는 말이 실감나게 만드는 영화를 한편 보고 나와 미국의 본드처럼 끈끈하고 피처럼 진한 우정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혀를 내두른 노처녀. 영화관을 나오면 그 놈의 우정 두 번만 더 얘기하다가는 머리에 박히겠네 라고 소리치며 집에 가서 또 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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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 내용은 결국 기억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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