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로 <공공의 적>을 보았다. 벌써 입소문이 난 것인지, 그 미끄럽게 비탈진, 씨네하우스의 복도까지도 관객들은 가득찼다. 원망보다는 다행이라는 표정인 것으로 보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생각 이상이란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나의 심장도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 영화를 감독한 강우석은 누군가. 그를 설명하기 위해선 딱 이 두 편의 영화와 이 한마디면 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투 캅스>, 그리고 한국영화계 부동의 파워맨 1위. 그러니까 그는 대중영화를 만드는 감독이고 돈이 많은 사람이다.

돈이 많으면 괜한 욕을 먹기 일쑤다. 때문에 이번 <공공의 적>이 기대이하의 작품이었다면 그는 분명 "영화나 잘 팔 것이지"와 같은 말을 들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나? "사업도 잘 하고 영화도 잘 만든다, 역시 강우석이다."라는 말 듣게 생겼다.

<공공의 적>은 수작이다. 이는 <투 캅스>를 연상시키는데 '포켓몬스터식'으로 설명하자면, <공공의 적>은 <투 캅스>가 진화한 것이다. 형사, 깡패, 코미디, 대사, 캐릭터, 사회고발성 등 전작에서 발견되던 모든 요소가 성숙하게 진화되어 있다. 마치 강우석 감독은 '나의 놀이터는 역시 형사 액션물'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모든 요소가 이전보다 건강한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는 중에도 특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웃게 만들면서 동시에 사회의 썩은 곳을 드러내는 그의 재주는 보다 일취월장했다. 완성도에 대한 그의 강박관념은 작품성까지 낳았다.

확실히 강우석 감독은 연출력이 세련되어졌다. 보기 좋은 상황 하나하나를 그대로 두지 않고 여러 요소가 더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오랜 그의 영화업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가령, 내가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인 배우들의 캐스팅과 연기만 해도 그렇다. 그의 사람 부릴 줄 아는 능력과 안목은 설경구와 이성재의 연기력과 역할 변신을 끌어냈으며 훌륭한 조연들을 간택해, 영화를 생동감있게 만들었다. 실제 강력계 형사반장을 보는 듯한 연극계의 실력파 강신일을 비롯, <눈물> 이후 조연 자리를 제대로 찾아온 성지루, 은퇴한 양아치로 칼이라고 다같은 칼이 아님을 알려준 유해진, <달마야 놀자>로 이미 인기를 얻고 있는 산수역의 이문식, 여기에 슈퍼아줌마 역이 주어진 뮤지컬계의 일급스타 전수경까지, 그 조연 라인업은 시네마서비스의 2002년 배급라인만큼 알곡차고 화려하다.

난 강우석 감독의 영화 중에 <열아홉 절망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노래>라는 작품을 좋아한다. 당시 인기 신인가수였던 강수지가 출연했대서 본 작품이었지만 이 영화엔 감독의 전작이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91년)를 넘어서는 교육과 청소년들의 고민이 간절히 묻어나 있었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아직까지도 나는 그 영화에서 보여준 제자들이 선생님을 구타하는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시로선 커다란 충격이었는데 오늘 새삼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은 모잡지에서 읽은 강우석 감독의 인터뷰 중 한 대목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이번 작품에 막중한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공에 공을 들였단다. 이유인즉슨, 후배들에게 욕먹지 않는 떳떳한 선배가 되기 위해서였다는데 이제 후배들에게 말만 잘하는 선배가 아닌 감독으로서도 스승다운 면모를 보였으니, 그는 좋겠다. 수차례 절망 끝에 오늘에 이르렀을 지금의 그의 자리가, 조금 더 오래되어도 밉지 않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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