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12. 27 (목) 3시 / 스카라 극장

위대한 비상

보는 내내 생각했다. 영화란...? 영화란 무엇인가?

이 영화가 '영화'라는 장르를 붙이고 극장에서 시사회를 한다. 마침 요즘, [영화의 이해 / L. 쟈네티 지음]을 읽고 있는데, 마음에 남는 정의가 하나 있다.

"영화 매체는 다양한 폭의 표현 범위를 갖고 있다. 즉 조형미술같이 이차원의 평면 위에 투사된 시각구도를 가지며 무용처럼 동작의 배열을 다룬다. 연극에서처럼 사건의 극적 박진성을 창출할 수도 있고, 음악에서처럼 시간 속에서 리듬과 악구를 구성하며 더 나아가 영화는 노래와 악기소리를 담을 수 있다. 영화는 이미지를 병치시킬 수 있는 시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으며, 문학에서 언어에 의해서만 가능한 추상성을 사운드 트랙 위에 포함시킬 수 있다. - 마야 데런 Maya Deren" (p.6)

영화란 무엇인가? ... 영상과 이야기.

잘 모르는 나지만, 영상은 매우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쉽게 잡아내기 어려운 장면들, 촬영들, 숨을 멎게 하는 아름다운 장관들. 하지만, 이야기가 없다. 나레이터는 처음에는 생존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가, 나중에는 계절과 함께 되돌아오는 철새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수많은 이동거리가 몇천 km가 되는 철새들의 날개짓 속에서 일관성이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만든 영화인지. 단지, 철새에 관해 다큐멘터리 정도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영화라는 장르가 이렇게 이야기를 무시해도 될까? 양팔저울에 올려 놓인 영상과 이야기. 그 수평 눈금이 정확히 맞을 때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