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인가요?

전쟁 영화 두 편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했었습니다.

휴머니즘을 앞세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그리고 전쟁의 추악함과 무서움을 보여줬던 테렌스 맬릭 감독의 [씬 레드 라인]...

사람들은 사실적인 영상과 전쟁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스필버그 감독의 대중적인 휴머니즘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사실 이 영화 [에너미 라인스]가 이 두 영화를 적절히 조합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보다 새로운 영상을 곁들여서... ^^;

그렇게 이 영화는 감각적이고 사실적인 영상을 바탕으로 전쟁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또한 그 내면에 미국의 휴머니즘을 잊지 않고 깔아 놓았습니다.

자! 그럼 이 영화 [에너미 라인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볼까요?

정찰 임무가 따분해 더 이상 군인이길 포기하려는 크리스 베넷 중위 (오웬 윌슨)...

그런 그에게 상관인 리가트 (진 헤크만)는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이브날 정찰 비행을 나가게 합니다.

하지만, 베넷 중위는 정해진 루트만 돌아야 하는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마지막으로 공을 세워보겠다고 적진의 상공으로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베넷 중위의 비행기는 적에게 격추되고, 그는 홀로 적진에 남게 됩니다.

같이 탑승했던 친구는 적에게 사살되고, 그는 살아 남기 위해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목숨을 건 쫓고 쫓기는 싸움...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사실 내용만 본다면 이전의 액션 영화들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최후의 승자?... 제가 이렇게 말을 했지만 그건 뻔하지 않습니까? ^^;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 존 무어는 이 영화를 기존의 영화와 사뭇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전직이 CF 감독이었다는 점을 알고 계셨다면 독특한 영상의 영화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아실 수 있으셨을 것입니다.

이미 헐리웃에서는 CF 나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들이 자신들의 독특한 기법으로 영화를 만들어 왔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 중 CF 는 이미 다들 아시겠지만, 짧은 시간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겨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영화 곳곳에 그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장치를 합니다.

화면 전개 속도를 갑자기 빨라지게 하기도 하고, 느닷없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바퀴 빙 돌기도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독특한 영상으로 관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을 영웅으로... 그리고 슈퍼맨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지뢰가 가득한 땅을 질주하는 주인공... 그가 지나가면 지뢰가 마구 터지지만, 주인공은 상처 하나 입지 않습니다.

거기에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와중에도... 물이 부족할텐데도 멋있게 보이려고 세수는(?) 꼭 합니다. ^^;

그리고 그가 잠시 잠이 들어 죽을 위기에 처해있을 때, 그를 잠에서 깨워 주는 것은 꿈 속에서 또 다시 보게 되는 친구의 죽음입니다.

그렇게 잠이 깨자, 그는 즉각 위기를 예감하고 다시 도망칩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장면이 여럿 눈에 띄기도 할만큼 영화는 어설픕니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끝까지 베넷 중위를 뒤쫓던 끈질긴 사냥꾼(?)은 마지막에 가서 실수를 합니다.

너무나 어설픈... 어떻게 그런 사소한 실수를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

바로 자신이 그를 쫓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냥꾼이라면 하지 않아야 할 그런 실수를 하고 맙니다.

그때문에 그는 역으로 베넷중위에게 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주인공 크리스 베넷 역을 맡은 오웬 윌슨에게 있습니다.

그는 목숨을 걸고 결사적으로 도주하는 역할입니다.

그만큼 그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그는 전쟁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 아닌 난생 처음 전쟁을 경험하는 생초보입니다.

그런 그에게 베테랑 같은 여유가 느껴진다는 것은 아이러니라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공포에 떨며 울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그는 오히려 시종일관 웃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여러 가지 실수를 범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실수를 눈 감아주고도 봐 줄만 합니다.

특히, 사건의 발단이 되는 비행기 격추 사건... 미사일과 전투기의 쫓고 쫓기는 싸움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정도로 멋진 영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적진에 홀로 남겨진 자신의 부하를 구조하러 가려는 리가트...

하지만, 정부는 어렵사리 성사시킨 조약이 결렬될까봐 그런 그를 제지하려 합니다.

정부의 제지에 갈등하는 리가트... 그는 결국 자신의 명예보다는 자신의 부하의 생명을 선택합니다.

각기 목숨과 명예를 걸고 행동하는 두 사람... 결과가 뻔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사실적이며 독특한 영상이 전쟁의 참혹함과 휴머니즘을 동시에 보여주며 영화를 이끌어 가기에 재미로 영화를 보는 신세대들의 취향에 딱 맞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






( 2002. 01. 03. 오후 8시 50분, 시네코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