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는 영화사의 중역으로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중년의 남성이다. 빅토리아는 그런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로즈는 그런 알렉스에게 접근해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어떻게든 스타가 되보려는 야심 많은 여배우이다. 이처럼 얽혀있는 세사람의 운명을 뒤바꿀지도 모를 열쇠를 쥔 로렌은 지금 대단히 화가 나있다. 그리고 4명의 캐릭터는 각자의 화면을 차지하며 서로를 향하여 서서히 얽혀 들어가기 시작한다.
하나의 이야기를 4명의 중심인물을 따라서 4대의 디지털 카메라가 리얼타임으로 촬영하고, 그 완성된 4편의 영화를 4개로 분할해 한 화면에 상영한다는 마이크 피기스의 야심찬 프로젝트는 영화가 다른 영상매체에 비해 여전히 관객을 수동적인 존재로 만든다는 비판에 대한 답변처럼 보인다. 분할된 4개의 화면은 마치 관리실의 폐쇄카메라의 모니터처럼 인물을, 공간을, 사건을 동시에 비추고 컴퓨터에 띄워진 여러 개의 윈도우처럼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쏟아낸다. 별다른 카메라 웍이나 특수효과의 도움 없이도 관객의 시선은 화면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그러나 이야기는 전달되지 않고 분절된 화면의 잔상들은 어지럽게 뇌리에 남는다.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는 피동적 수용자로 머물던 관객에게 4개의 화면을 통해 전달된 정보를 각자의 머리속에서 재구성할수 있는 편집권을 관객에게 준다는 감독의 야심은 쉽지 않아보인다. 그러나 어떤가!! 실험은 이제 시작이고 겨우 첫 번째 단추가 끼워졌을 뿐이다. (윤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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