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조폭이 나온다굽쇼? 이의를 제기합니다!!” 라고 결론을 내리고 극장엘 들어간 후 나오는 제 입장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왜냐구요? 그야 재밌기 때문이죠.. ^^;;

오프닝 씬에서부터 조폭 영화에 대한 반감이 절반은 삭감이 되었답니다. 배신한 자를 한방 먹이면서 “두사부일체! 두목과 스승과 부모는 똑같다” 라고 내뱉는 계두식(정준호)의 의연함을 가장한 무식함에 카운터 펀치를 맞았습니다. 맞으면서 추가로 느낀 점은 고사성어 군사부일체를 자신의 처지에 맞게 수정, 적용하는 (물론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 미지수지만) 그 능글능글함이 그럭저럭 맘에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무학벌, 무대포, 무자비한 무법의 집단, 조폭 집단에서 출세하기 위한 조건이 뭔지 아십니까? 글쎄 학벌이더군요. 사람 패는 능력과 부하들 다스리는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지만 조직의 실세가 되려면 최소한의 학벌을 가져야 한다는 설정. 물론 실제 조폭집단이야 그럴리야 없겠지만 조폭집단에서 위계서열과 출세를 규정하는 중요 조건으로 학벌주의를 설정한 부분은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을 영화 속의 조폭이라는 집단에 빗대어 비판하는 것이라고 느껴지더군요.

이런 날카로운 풍자의 맛에 더하여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3명의 조폭들이 벌이는 무지함의 향연은 조폭적인 진실함(?)이 묻어나는 웃음을 선사해 줍니다. 주된 소재는 요즘 거의 보편화된 인터넷관련 용어들이었습니다. 다음카페, 메일주소 같은 용어에 대한 무지함을 가방끈 짧고 사회변화에 지적인 적응을 못하는 상황으로 표현한 것은 어색하거나 유치하지 않습니다. 단지 정준호의 왼팔로 나오는 정운택의 과도한 폭력이 좀 튄다고 하겠습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적절한 풍자와 웃음으로 관객들을 흔들어 놓더니 팍 삭은 주인공 계두식을 상춘고로 보내버립니다. 이런 스토리 변화를 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찌하든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기위해 계두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리라 예상했지만, 그 고등학교가 과거 재단비리로 떠뜰썩했던 상문고에 다름아님을 알았을 때 적잖이 놀랐더랬습니다. 또한 이런 코믹영화가 쓸데없이 사회적 이슈를 건드려서 어쩔려구 하는 의구심도 들었거든요..

하지만 영화는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며 적절한 수준에서 이 민감한 부분을 적절하게 건드리고 마무리하더군요. 사립고 교장의 여선생 성추행, 학부모의 선생 구타, 성적 조작과 관련된 비리, 비리교직원의 학생구타등 실제로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 어떤 부분은 섬뜩하게 느껴질정도로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결국 학교와 연결된 반대파 조폭과 주인공 계두식의 조폭과의 싸움으로 번지지만 결국 문제해결은 숙제로 남겨두더군요. 그래서 맘에 듭니다. 주인공 계두식이 패거리들을 끌고와 비리 사립고를 접수, 평정하여 사립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결말이 났으면 왜곡되고 비틀어진 소영웅주의란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초심.. 초심으로 돌아갑시다. 영화 초반에서 느꼈던 재미를 느끼고자 관객은 영화관을 찾았을겁니다. 영화가 사립고의 폐해를 캐내는 과정 사이사이로 벌어지는 계두식의 아기자기한 학교생활 적응기는 영화 초반의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고 지속시켜줍니다. 계두식이 졸업장을 얻기 위해서 그 반의 짱에게 수모를 당하는 장면은 아이러니합니다. 계속 수모를 당하다가 선생에게 대드는 짱을 "두사부일체!!" 하고 외치며 무지막지하게 패버리는 장면은 폭력의 수위와는 상관없이 통괘함도 주더군요.. 일관성이 있잖아요? 이 영화 생각하면 할수록 괜찮다는 느낌입니다. 후후..

조폭 계두식과 그 똘마니들의 무지함이 여지없이 까발려지고 그로인해 배꼽빠져라 웃던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조폭들은 이 영화를 보고 감독 및 제작자를 명예훼손죄로 과연 고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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