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만화 작가, 이토 준지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탁군의 경우엔 그의 뛰어난 상상력에 그 이유를 두고 싶다.

그리 무섭다고 느껴지지는 않더라도 그가 창조해 낸 이야기에 흐르고 있는 놀라운 독창성의 매력에 점차 빠져드는 것이다.

스티븐 킹이 그렇듯이, 이런 뛰어난 원작을 영화업계에서 가만히 놔둘리는 없을 터. 더군다나 뭔가 하나가 히트하면 게임에 영화에 캐릭터 상품에, 온갖 종류의 외부사업에까지 손을 뻗치는 일본에서 말이다.

이미 많은 호러팬들이 알고 있듯이, 토미에가 씨리즈4편까지 나온걸로 알고 있고 작년엔 히구친스키 감독의 '소용돌이'가 부천에서 소개되고 국내 개봉까지 했다.

거기다가 얼마전에는 '이토 준지의 호러콜렉션' 이란 타이틀 아래 HD 영화가 수편 제작되기도 했다. 오늘 얘기할 '오시키리' 역시 이 '이토 준지의 호러콜렉션'에 끼여 있는 타이틀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토 준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들은 대개 재미가 없다. ( --;; ) 토미에나, 소용돌이를 보고 있으면 그 영화의 놀라운 지루함에 치를 떨 정도이다.

이런 현상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이유가 바로 원작을 개무시하는 감독들의 행태이다.

토미에는 원작에서 끊임없이 재생하는 여자 미녀... ( 솔직히 영화판 토미에서의 토미에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너무 이뻐서 죽이고 싶다니....영화 토미에는 그 반대일지도. 너무 못생겨서 죽여버리고 싶다.... ) 라는 설정만을 빌려오고 감독 지 멋대로 지리하게 만들어버렸고, '소용돌이' 또한 원작의 세기말적 분위기는 모조리 죽여버린 채, 일본 영화 특유의 오버액션만 남아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오시키리'를 비롯한 '이토 준지 호러콜렉션'의 영화들은 원작에 조금은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탁군은 '장몽'과 '오시키리' 단 두 편만 볼 수있었는데, 이 두 편은 모두 위의 토미에나 소용돌이에 비하면 원작과 거의 똑같은 수준이라고 말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이다.

'오시키리'는 자신의 오랜 저택에 있는 4차원의 통로를 발견한 고교생 '오시키리'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주된 이야기는 저 쪽 편의 살인마 '오시키리'와의 대결전이다.

안타깝게도 원작에서는 상당히 미소년이던 '오시키리'가 후줄근한 아저씨로 변해버렸지만 이토 준지의 만화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좋을 하츠네 에리코가 후지라는 캐릭터로 나와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 하츠네 에리코는 소용돌이에서 여주인공으로 나와 남주인공과 함께 만화책 속의 주인공들이 스크린으로 걸어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배우이다. )

이밖에 다원 우주론이라는 흥미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는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영화이다 보니 영화의 재미 또한 그리 실망할 수준은 아닐 것이다.

마지막에 오시키리가 망토를 걸치고 땅 속에서 튀어나와 보름달 앞에서 공중 묘기를 보이는, 일본 영화 특유의 쌈마이 오버액션이 뜬금없이 튀어나오긴 하지만 탁군은 '하나코'에서 마지막 염력대결에 환호를 보냈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맘에 드는 장면 중의 하나였으니, 탁군으로써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셈이다.

그래도 이 영화가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영화를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서브게임을 하나 소개해 주도록 하겠다.

바로 살인장면이 나올때 잘렸는지 안 잘렸는지 잘 보고 잘린 장면이 티날때마다 브라운관에 침을 한번씩 뱉어주는 것이다. 영화는 '12세등급 관람가'로 시체나 살인장면이 나올때마다 친절하게 가위질이 되어 있고, 탁군이 얘기한대로 하면 영화가 끝난 다음에 브라운관에 묻은 침을 닦느라 하루 해가 금방 갈 것이다.....--;;

영화 '오시키리'는 탁군이 그랬던 것처럼 비디오가게들을 뒤지고 다니면서 볼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이 이토 준지의 팬이라면 국내 호러동호회 같은 곳에서의 상영회를 기다렸다가 가위질 안 된 버전으로 볼 것을 권한다.

p.s. 역시나 탁군은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나 아주 재미없게 본 영화가 아니면 글 쓸 엄두를 내지 말아야 한다. 아아 이 얼마나 허접한 '출발 비디오 여행'식의 리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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