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부의 한 조용한 어촌 마을. 야마오카(다카쿠라 켄 분)와 그의 아내 도모코(다나카 유코 분)는 조그마한 어선을 운영하며 평화롭게 살아간다. 2차 대전 때 가미가제 특공대 출신인 야마오카는 당시 동료였던 옛 친구의 갑작스런 비보를 듣게 되면서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한편 40여년 전 특공대원들이 정신적 어머니로 따르던 도미코 여사는 야마오카에게 몸이 불편한 자신 대신 조선 출신인 가네야마 소위의 유품을 한국에 있는 유족들에게 전해 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한다. 가네야마 소위는 도모코의 첫사랑이자 결혼까지 약속했던 사람이다. 야마오카는 신장병으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안고 있는 아내를 위해, 그리고 잊고 싶었던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한국을 방문할 것을 결심하는데...

세월의 무게가 묻어나는 두 배우 다카쿠라 켄과 다나카 유코의 중량감 넘치는 절제된 연기

일본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인 다카쿠라 켄과 다나카 유코. 이들이 가슴 한켠에 그리움과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부부로 열연,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철도원]의 주인공이었던 다카쿠라 켄은 2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전 일본인의 존경과 찬사를 한몸에 받는 일본 최고의 국민배우. 그는 [호타루]에서도 연기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과시했다. 묵묵히 세월을 살아가는 남자의 정서를 대변하는 그의 절제된 연기는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초월한 한 남자의 정서를 고스란히 투영한다.

다카쿠라 켄과 호흡을 맞춘 다나카 유코는 TV, 연극, 영화 등 수많은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노련한 배우.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까지 빛나게 하는 그녀의 자연스런 연기는 다카쿠라의 카리스마에 뒤지지 않는 부드러움의 힘을 느끼게 한다.

가슴 깊숙이 여운을 증폭시키는 뛰어난 음악과 영상.
오랜 여운을 남기는 따뜻하고 격조 높은 음악.
일본의 아름다운 사계를 담아낸 수려한 영상

노을이 지는 고즈넉한 바닷가에 정박해 있는 작은 어선에서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이면 익숙한 멜로디의 하모니카 연주가 들려온다. [철도원]으로 제23회 일본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구니요시 료이치의 음악은 아픈 과거를 짊어지고 맺어진 야마오카와 도모코 부부의 40년 사랑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작품에 오랜 여운을 남긴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하모니카 연주곡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스코틀랜드의 전통 민요. 이 곡은 야마오카의 깊은 상념과 어우러져 강한 호소력을 가진다. 잔잔하면서도 애절하고, 특별하면서도 낯설지 않은 음악들이 인물들의 감정선을 충실히 따라가며 화면의 여백을 메운다.

매력적인 영화음악만큼이나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는 것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영상. 제작진은 일본과 한국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각지를 돌아다니며 로케이션에 심혈을 기울였다. 눈덮인 매서운 겨울산에서 부터 모든 것을 포용할 듯한 포근한 바다까지 일본의 아름다운 자연이 파노라마처럼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수려한 영상은 인생의 회한을 간직한 사람들의 감흥과 어우러져 빛을 더한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안동 하회마을은 고풍스런 한국의 미를 드러내는데 안성맞춤. 감독은 옛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하회마을의 독특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이곳을 선택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