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환영 - CINELINe

거대한 환영 (1999, Barren Illusion)
일본 / 일본어 / 공포, 드라마 / 95분

출연: 신지 다케다, 아사노 타다노부
감독: 구로자와 기요시
각본: 구로자와 기요시
촬영:

[만족지수]

50%

작품성	(8/10)

네티즌	(9/10)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분 초청 상영작
1999년 베니스영화제 초청 상영작

평범한 일상 속에도 끊임없이 부조리와 광기가 잠재해 있다는 것. 이것이 '구로사와 기요시'가 표현하려 하는 영상 언어, 일상 속의 비일상이다. 감히 영원한 사랑을 테마로 한 <거대한 환영>은 성적 욕구의 성취, 또는 가정이라는 제도에의 순응이란 결말만을 묘사해 온 종래의 러브스토리에서 공감할 수 없었던 '구로사와 기요시'가 생각하는 사랑의 실체이다.

새로운 세기를 맞은 흥분과 감동도 지나간 버린 2005년. 그곳엔 가지각색의 국적을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고, 하늘에는 외출할 수 없을 정도로 꽃가루가 휘날린다. 연인 사이인 '하루'와 '미치'는 처음 만났을 당시의 신선함을 잊은 지 오래다. 사랑하기에 겪어야 하는 서로에 대한 거리감 때문에 두 사람은 불안과 초조를 견디지 못해 생식기능을 상실할 수 있는 부작용을 알면서도, 꽃가루의 면역성을 실험하는 신약 개발의 몰모트를 자청한다. 세상에는 생식이나 결혼 같은 시스템만이 준비되어 사랑의 영원성을 보장할 따름이다. 이 시스템을 거부하는 '하루'와 '미치'에게 사랑은 불행을 초래하는 것에 불과하며 두 사람을 농락하기만 하는 전유물에 지나지 않는다. 불안정한 세계 속에서 상실감에 번뇌하며 갈구하는 변함 없고도 확고한 세계, 사랑의 끝과 영원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사색에 잠긴 독백과도 같은 대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사랑의 형태를 모색케 한다. 개인이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곤란하기까지 한 구속 없는 현대사회가 만들어내는 러브스토리는, 설령 그것이 환영이라 할지라도 불안정하지만 실체를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