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전주국제영화제 '구로사와 기요시' 특별전 초청상영작
1999년 깐느영화제 초청상영작
국회위원을 인질로 잡고 농성을 벌인 청년으로부터 '세계의 법칙을 회복하라'라는 이상한 메시지를 받은 형사 '야부이케 고로'. 인질과 범인이 모두 사망해버린 결과에 책임을 지고 휴직에 들어간 '야부이케'는 이끌리듯 어느 숲 속에 들어가게 된다. 이 남긴 이상한 메시지가 여전히 그의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부이케'는 숲 속 빈터에 우뚝 서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만난다. '카리스마'라고 불리우는 이 거대한 나무는 자신의 뿌리에서 나오는 독소 때문에 삼림재생을 위한 나무를 심어도 싹이 제대로 자라지 않고 고사시켜 버리는 이상한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곳에서 '야부이케'는 삼림보호 작업의 방해가 되는 이 카리스마를 벌채하려고 하는 '나카소네'와 여류 식물학자 '진보', 반대로 카리스마를 보호하려고 하는 청년 '키리야마 나오토' 등을 만난다.
깐느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를 가졌던 <카리스마>는 그가 이미 <큐어> 이전에 구상하고 있던 영화이며, 그 자체로 '구로사와 기요시'의 90년대 영화의 모든 모티브를 하나로 응집시킨 작품이다. 신비한 숲을 무대로 공생, 공존이라는 인간의 윤리문제와 인간의 의식 속에서 갈구하는 자유를 테마로 그린 <카리스마>는 인간 내면에 있는 본능을 일깨우듯 계속 빠져드는 불안이 전편을 관통한다. <인간합격>과 같은 해에 공개되면서 '네오 기요시'라는 극찬을 이끌어 낸 작품이기도 한 <카리스마>는 <인간 합격>이 잠에서 깨어난 한 남자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고찰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비해 반대로 주인공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무의식에 대한 탐구이자 철학적 우회이다. 살리는 것과 죽이는 것. 규칙과 모럴에 묶여 있는 카리스마의 숲의 주변인들과 자신이 내키는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야부이케' 형사를 통해 혼돈과 가치관의 붕괴를 이야기하는 '구로사와 기요시'는 기존의 규칙이 붕괴된 상황에서 오히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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