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동경국제영화제 초청상영작
2001년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 '구로사와 기요시' 특별전 초청상영작
14살 때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요시이 유타카'은 10년만에 깨어난다. 24살의 청년이 되어 다시 만난 세상은 그에게 낯설 뿐이다. 그를 찾아 온 아버지의 친구 '후지모리'는 '유타카'에게 지난 10년 동안의 잡지와 비디오를 건네주며 세상과 만날 준비를 시킨다. 교통사고를 내고 그동안 막노동을 하며 자신의 병원비를 댄 가해자도 다녀가지만 가족은 오지 않는다. 그가 긴 잠에 빠져 있는 동안 부모는 이혼하고 모든 가족은 흩어져 버린 것이다. 퇴원한 '유타카'는 교외에 있는 예전의 자기 집으로 돌아 와, 낚시터를 운영하고 있는 '후지모리'와 생활을 시작한다. 아무 의욕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한 마리의 말을 본 '유타카'는 자신의 집이 예전에 조랑말 목장을 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그 말을 사들여 혼자 목장을 시작한다. 그러는 동안, 가업을 버리고 지금은 종교단체의 전도사가 된 아버지 '요시이'는 자신의 전 재산을 '유타카'에게 남기고 아프리카로 떠나 버린다. 또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 '치즈루'가 연인 '카사키'를 데리고 나타나 같이 살게 되고, 어머니와도 재회한다. 오랜만에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서먹할 뿐이다. 그리고 '후지모리'는 어딘론가 사라지고 '유타카'는 또다시 혼자가 된다.
새로운 시각에서 가족의 의미를 파헤치는 이 작품은 사고로 10년 간 의식을 잃었던 청년이 과거 화목했던 가정의 회복을 바라지만 청년의 꿈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베를린 영화제에 소개된 <인간합격>은 <큐어>와 더불어 미국적인 장르에 심취해 있던 그의 영화 세계의 전환점이 될 만한 작품이다. 교통사고로 10년 동안 식물인간이었다가 감자기 깨어난 '유타카'는 열 네 살의 정신연령과 스물 네 살 청년의 정신연령을 가짐으로써 이미 세계의 질서 바깥으로 내던져진 인물이다. 과거의 세상으로 되돌리려는 그의 노력은 과거도 현재도 아닌 추어과 상상이 결합된 세계(목장)을 구현하기에 이르지만 결국은 자신이 원래 속해 있던 죽음(영원한 잠)의 세계로 돌아간다. 이것은 <큐어>의 좀 더 선한 버전인 동시에 '구로사와 기요시'가 점점 매혹되고 있는, 잠재되어 있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직접적인 암시이다. 또한 롱 테이크와 롱 쇼트 그리고 절제된 표현으로 더욱 리얼한 영상을 구현하는 이 작품은 감동보다는 사유를 요구하는 '구로사와 감독'의 의지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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