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내가 로봇이라면?


해맑은 눈을 가진 아이의 눈이 클로즈업되면서, 인류보편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기계와의 싸움이 마무리된다. 마치, 순수한 사랑의 마음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는 듯 하다.
티마를 이용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욕에 찬 레드 경. 그리고 그의 충복으로 티마가 그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로크. 레드경과 로크를 쫓기 위해 파견된 반 순사와 켄이치. 이들은 미래의 거대한 도시에서 쫓고 쫓기는 싸움을 계속한다. 로크는 초인 '티마'를 완성을 시키려던 로튼박사를 저지하고, 레드경의 오른팔로서 사명감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사명감이란 물로 자신의 자리를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어쨌든 이제 막 깨어난 '티마'와 같이 있는 켄이치를 발견하고는 그들을 죽이려 한다. 로크를 막으려는 반 순사와, 레드 경 그리고 티마와의 관계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답답한 느낌과 스펙터클한 도시의 풍경을 조화시켜 절제된 애니메이션의 미학을 건져 올린다.
'티마'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믿음과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에 혼란을 느끼고, 결국 '세계를 지배하는 초인'이라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초인이 되는 의자에 앉아버린다. 그리고, 그녀를 구원하는 것은 켄이치의 순수한 사랑. 인류는 구원받고, '티마'는 사라졌지만, 영화가 말하는 기계에 대한 믿음은 희망적이다.
분명, 즐기기에는 부담스러운 영화였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 또한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답답한 느낌은 오히려 '느와르'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매력적인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그렇지만, 로봇의 몸으로 인간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이 인간이기를 강렬하게 희망한다는 것. '티마'에겐 너무나 잔인한 임무였음에 틀림없다. 내가 로봇이라면? 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몸이라면? 가끔은 섬뜩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