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친구 잘 둬라.


태형은 준이에게 늘 열등감을 느끼는 존재로, 영화에서 그는 FM적인 모범생 장교로 통한다. 반면에, 준은 늘 태형의 곁에 있으려 하며 여유만만하고 날라리같지만 누구보다 잠수에 뛰어난 장교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들의 갈등을 그려가면서 영화는 인양구조작업을 진행한다. 이 영화가 주는 교훈적인 교과서는 '해양액션드라마'. 그러나, 이런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은 '멜로'다.
준과 수진이 사랑하기도 이전에 태형이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들의 삼각관계는 그다지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신현준의 코미디와 '해군'과 '잠수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조금 가미한 이 영화는 '해양액션드라마'라기보다는 그냥 순수 '멜로'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 하다.

태형과 준의 관계는 그들의 갈등관계가 단순히 수진 때문이 아니라, 태형의 열등감 때문에 더욱 더 붉어져 나온다. 준의 배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겠지만, 영화는 그런 준을 더욱 더 부각시켜 나간다. 사실, 익히 들어왔던 이 두 캐릭터가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그것보다 이 영화에서 집중해 보아야 할 것은 화면 내내 보이는 푸른 색의 색채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블루' 아닌가. 그러나, 그 색채도 <그랑블루>에서 보았던 것보다 강렬하지 않고 한국영화 <유령>에서 보았던 것보다 스펙터클하지도 않다.

하지만, 영화는 즐기라고 있는 법. 이런 진부한 스토리와 어설픈 멜로가 적절히 교합해내는 맛의 묘미는 무엇보다 가볍게 즐기는 데에 있는 것이다. 태형이 자신의 목숨을 내주고 준을 구하는 장면은 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나왔던 터라 당황하긴 했지만, 그 역시 진부함의 표현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아마도 문제는 지나친 욕심에 있는 듯하다. 코미디를 살리려니, 영화가 가벼워지고 가볍게 가자니 영화가 재미없어지고… 그래서, 영화는 아주 심각한 상황에서도 다소 거북할 정도로 웃음이 나오는 장면을 곳곳에 배치해 놓는다. 그것이 의도적이었는지, 아니면 배우의 연기가 <안되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이런 진부한 스토리의 장점은 역시 보편적인 교훈을 담아내는 데에 있다. 이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진부한 교훈.
친구 잘 둬라.
친구한테 잘 해라.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친구 하나쯤은 꼭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