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노벰버]는 1968년에 만들어진 동명의 멜로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원작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못하겠어요.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그런 영화가 있다는 것도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본 사람들이 쓴 글들을 대충 읽어 보면 결말이 좀 다른 모양입니다.

영화는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하는 지나치게 영리한 (!) 일벌레 광고업자인 넬슨이 자동차 면허를 갱신하려다 사라 디버(샤를리즈 테론)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사라의 시험지를 훔쳐보다가 그만 사라에게 부정행위 누명을 씌우고 만 넬슨은 그 뒤로 사라에게 얽혀버리고 말죠. 사라는 넬슨에게 11월 한 달 간의 동거를 제의합니다. 한 달만 같이 지내면 넬슨의 고질적인 일벌레 기질을 말끔히 치료해주겠다고요. 지금까지 사라는 거의 매달 동안 남자들을 갈아치우면서 그런 식으로 인생 개조사 노릇을 해왔죠.

영화 끝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이 반전을 과연 영화사가 홍보용으로 노출시킬지는 모르겠군요. 스포일러 경고를 한 번 붙이고 밝혀보기로 하죠. (경고!) 사라가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시한부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반송장으로 살다 죽느니 남은 인생 동안 좋은 일좀 해보겠다는 소리겠죠.

눈물 쏟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스위트 노벰버]는 좋은 로맨스 영화가 아닙니다. 로맨스 영화에 필수적인 진실한 감정을 담기엔 지나치게 설정이 인위적이에요. 사라의 월차 계획처럼 모든 게 딱딱 맞아 떨어져서 캐릭터가 제대로 된 감정을 표출하기가 힘들고, 일단 그럴 기회가 찾아온다고 해도 이야기와 캐릭터의 현실성이 너무 부족해서 관객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고요. 결말도 눈물을 잔뜩 짜고 싶은 관객들을 만족시킬만큼 충분히 날아오르지 못합니다.

배우 탓이라고는 못하겠습니다. 키아누 리브스는 야무진 여피족 치고는 지나치게 얼뻥해보이지만 그래도 그 사람 방식으로 귀엽습니다. 샤를리즈 테론은 리브스보다 더 나으며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뻣뻣하게 굳은 캐릭터들 때문에 이들의 존재는 낭비되었습니다. 설정의 비현실성 때문에 둘 사이의 감정 교류도 어정쩡한 위치에서 주저앉은 것 같고요.

두 배우의 팬이라면 한 번 봐도 상관 없는 영화입니다. 키아누 리브스의 못 부르는 노래 실력을 한 번 확인해보시고 싶으시거나 [스텝맘] 이후 리암 에이킨이 어떻게 자랐나 궁금하신 분들도 슬쩍 구경할 맘이 날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그런 자잘한 것들 이외엔 남은 재미가 별로 없는 영화입니다.

기타등등

[앨리의 사랑 만들기]의 그렉 저먼이 넬슨의 친구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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