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가 끝난 후, 평소 존경하던 모평론가의 얼굴을 슬며시 보았다. 웃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행복하다는 표정이다.

추석이다. 어김없이 성룡(A)이 액션의 몸짓을 취하며 극장 간판에 걸려있다. 성룡 영화만큼은 다 본다던 막내 누이가 생각났다. 간만에 시름을 잊겠군, 나한테 호들갑을 떨겠군 하고 생각하니 덩달아 기쁨이 번진다.

성룡 영화만큼 매번 만장일치로 호의적인 평을 받는 영화도 드물다. 그에 대한 평은 항상 "어쨌거나 볼만하다"로 귀결지어진다. 익숙한 동네 아저씨 같아서 싫은 소리를 못하는 걸까? 얼마 만큼은 온정이 개입되긴 하지만 성룡 만큼 열심히 하는 영화인도 없기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리라.

이번 <러시아워 2>에서도 성룡은 영화의 오락적 기능 수행을 위해 열심이다. 관객에게 웃고 즐길 수 있는 90분을 제공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이다. 철저히 관객편에 서는 그는 그래서 어떤 갑작스런 파격을 구사하진 않는다. 경찰, 쿵푸, 코믹액션, 선악대결구도, NG컷, 대역없는 스턴트라는 성룡영화공식 아래서, 그저 관객을 위한 최고의 봉사를 할 뿐이다.

<러시아워 2>는 속편 영화답게 볼거리가 많아졌다. 크리스 터커는 전편보다 더 많이 조잘대며(세븐일레븐이라는 별명을 얻게된다. 그러나 편의점이 유익하듯 그의 수다도 즐겁다) 촐싹댄다. 액션의 화려함도 여전하다. 또 터커와 성룡의 누드(최근들어 계속 벗는다. 이제 그만 벗기를)도 볼 수 있으며 부용공주(장쯔이)께서는 '무사'를 잃은 데에 대한 분노에 발차기에 나섰다.(달라붙는 가죽 의상에 화장이 야해졌다. 그녀가 처음 등장했을 때, 작은 탄성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보고있자면 누적된 피로며 심지어는 기미까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는 성룡영화는 올 추석에도 우리 곁에 찾아와 간만의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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