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내가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몇가지 일까? 라고 손가락으로 세어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화 보는 동안 사랑의 방식에는 구분이 없다고 생각한 노처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랑에 대한 이해심이 생겼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런 일에는 관심없는 듯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른 방식의 사랑을 하는 사람이 나오면 깔깔깔 웃는다. 뭐가 우스운 것일까?

<와니와 준하>는 처음 "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사정이 생겨 이름을 바꿔 개봉한 영화이다. 이름을 바꾼 영화라면.. 우리에게 그닥 신봉을 얻지 못한 카라가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카라의 전 제목은 어게인이었다.)이후 이름 개작(改作)한 영화는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다(?)라는 소문을 누구에게 들었는데 이 영화만은 예외 일 것 같다.

이 영화에는 우리의 귀에 조금은 껄끄러운 단어가 나온다. 동거, 동성애.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껄끄러운 단어들이 조금은 매끄럽게 보일 것이다. 아마도 감독이 요구하는 바가 이런게 아닐까 싶다. 동거라는 소재를 조금은 편하게 받아 들일 수 있게 만든 영화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영화는 지구상의 모든 연인들이 공감할 듯한 얘기다. 그래서 영화가 어렵지 않고 편하게 받아 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흔한 얘기기 때문에 지루할 꺼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 영화는 흔한 얘기속에 깊고 우울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이복동생과의 상처를 가슴속에 가둬두고 사는 와니는 달팽이 같다. 자신의 집을 등에 지고 사는 달팽이. 그녀가 그런 달팽이를 싫어하는 것은 자신의 모습과 닮아서 였을 것이다. 모든 아픔을 등에 지고 사는 와니, 그녀는 준하라는 남자와 동거를 한다 그도 달팽이처럼 아픔을 지고 살진 않지만 시나리오 작가로서 괴로움이 많다. 둘은 티격태격 싸우지도 않고 재미나게 살아간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그들은 동거인이기 전에 상처를 보듬아 줄수 있는 약같은 존재같이 보여진다.

영화 속에는 와니와 준하 말고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한 성격(?)하는 인물들. 그중에는 어렵사리 사랑을 하고 있는 와니의 동료도 등장하고 이복동생을 좋아하는 후배도 나온다. 그리고 와니가 다니고 있는 회사 동료들. 그들 중에 몇몇은 말을 하지 못한다. 그들을 왜 등장시켰을까? 나는 이들의 공통점을 쉽사리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아픔이었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모든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동료는 남들과는 다른 사랑을 하고 있다는 아픔을 가지고 있고 와니의 후배(최강희)는 그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한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아픔을 지고 살아가긴 하지만 그대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병을 주었으면 약도 있는 법. 치유하려는 방법도 엿보인다. 감독에게는 세상의 모든 사랑들이 다 아름다워 보였나 보다. 이런 사랑을 조그만 영화속에 담아 낸 것을 보면 말이다.

영화 때문에 긴 머리까지 싹둑 잘랐다는 김희선은 역시나 이번 영화에서도 조신하고 말도 고분고분하게 하고 착한 여자로 나온다. 벌써 연기한지가 꽤 되어가는데 아직까지 연기 변신을 하지 않는 그녀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밉고 얼굴에 대한 질투가 나기도 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소소히 변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박수를 치고 싶다. 그녀의 연기에 조그만 변신이 닿는다면 나는 그녀가 밉더라도 박수를 칠 것이다. <무사>나 <해피엔드> 같이 어깨에 쇳덩어리를 올려놓은 듯 무거운 역할만 했던 주진모는 이 영화를 통해서 가볍고 신선한 배우로 통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이루어 진 듯 하다. 그는 이런 영화부터 했어야 되었다. 그리고 <여고괴담>에서 무서운 여고생으로 나왔던 최강희와 <춘향뎐>의 조승우도 모두 신인배우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제법 질이 향상된 연기를 보여준다.

깔끔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거기다가 에니메이션이 더해졌다면 아마 예쁜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너무 좋아할 부분이다. 에니메이션이 아름답고 배경이나 장면들이 대체적으로 깔끔한 편이 많은 편이니 만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순정만화를 떠올리면서 보면 딱 일 것이다. 오죽하면 이 영화를 순정영화라고 하겠는가? 그리고 영화를 끝까지 봐야 한다. 처음에 시작된 에니메이션이 마지막에는 꽤 인상깊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끝내기 전에, 거 이쁜 것들은 왜 영화상에도 엄청나게 나약한 애로만 나오는지 모르겠다. ㅠㅠ 정말 다시 생각해도 이쁘게 태어냐야 세상 살기 편한 것 같다. 누구라고 꼭 꼬집어 못하지만 누구 때문에 영화 내내 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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