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스윗하트>의 모티브는 할리우드의 화려함뒤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비인간적인 것들을 들춰내는데 있지만 오히려 관객들은 그 부조리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어 함께 동화돼 간다. 관객들은 부조리에 분개하기 보다는 웃고 즐기게 된다.

할리우드의 구성원들은 그들의 목적(흥행)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이 기둥줄거리다. 할리우드를 무대로 인기와 흥행에 목을 매는 스타와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 화려함 뒤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을 과감히 까발리는 제작진의 의도가 너무 발칙하고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부부(캐서린 제타-존스·존 쿠삭)가 사생활로 인해 별거하게되고 팬들은 이들이 결별하기 보다는 화해하기를 원하고…. 그러나 팬들의 관심사는 그들의 연기 보다는 사생활에 집중되는 것이 우리네 연예계와 별반 다를바 없다. 할리우드는 그들 부부의 이러한 상황을 오히려 흥행에 이용하는 상술을 보인다. 별거중인 이들이 기자들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영화 내용이야 상관없이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이는 흥행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Junket'(제작사가 기자나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진행하는 시사회)을 위해 호텔에 온 둘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이 현실과 혼돈된다.

누가 주연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 이야기 중심축을 이루는 캐서린이나 존 쿠삭은 물론이고 89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부터 우리나라에 코믹배우로 자리를 굳힌 빌리 크리스탈이 영화 홍보를 위해 파파라치 노릇까지 불사하는 홍보맨으로 열연하고 늘 동생의 인기에 가려 지내는 매니저 역의 줄리아 로버츠의 희생(?)도 높이 살만하다.

스페인식 영어발음으로 웃음을 자아낸 행크 아자리아 등 조연들의 양념연기도 연신 배꼽을 쥐게 만든다.

이야기는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만 할리우드의 부조리를 너무도 진지하게 그려내는 감독의 연출력이 뛰어나다. 스타는 몸값을 유지하기 위해 기자 앞에서 늘 연기를 해대고 제작자나 홍보담당자는 홍보를 위해 목숨을 건다.

"에디(존 쿠삭)가 자살이라도 해주면 영화가 뜰 텐데", "그러면 비디오 케이스를 관 모양으로 만들어서…"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 제작자와 홍보맨의 대화나 "중요한 것은 영화보다 언론이야. 기자들에게 고급가방을 돌려"라는 대사는 할리우드의 철두철미한 마케팅 방식을 꼬집는다.

관객들은 영화 속에 그려진 내용이 얼마나 픽션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하지만 스크린 속의 허구라고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 상황 묘사가 리얼해 할리우드 영화관계자나 영화담당 기자들의 속이 편치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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