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파고]의 원작은 60년대 프랑스에서 제작된 텔레비전 시리즈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상당한 컬트 팬들을 모았던 작품인 듯 해요. 스토리를 대충 보면 영화의 스토리는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이어지는 속편 쯤 되나봐요. 벨락이 60년대에 루브르에서 일어났던 벨파고 사건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영화의 내용은 쉽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디퐁텐이라는 프랑스 학자가 이집트에서 발굴해온 저주받은 미이라가 루브르의 창고에서 다시 발견됩니다. 미이라에서 빠져나온 저주받은 악령은 루브르 주변을 떠돌다 리사라는 여자의 몸에 들어오죠. 그 뒤로 '루브르의 악령'이라는 검은 옷을 입은 유령같은 존재가 루브르 박물관의 이집트관 주변을 방황하며 유물들을 빼돌리고 보안요원들을 공격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60년대에도 비슷한 사건을 맡았던 벨락 경위가 파견되고요.

호흡이 굉장히 빠른 영화입니다. 아니, 빠르다기보다는 성급해요. 늘 진짜 컷이 끝나기 5초 쯤 전에 자른 듯 해요. 주인공들은 마치 말 빨리하기 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것처럼 허겁지겁 연기를 하고요. 마치 미니 시리즈를 재편집한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이런 빠른 호흡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별 재미없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흥미롭지 못하거든요. 저주받은 미이라나 몸에서 몸으로 숨어들어가는 악령 이야기는 흔해 빠진 것이어서,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사람들을 끌 수 없습니다. 드라마가 필요해요. 그런데 이 영화의 드라마는 시시하기 짝이 없거든요. 재미없는 아이디어들이 서툴게 연결된 것에 불과해요. 물론 요새 공포 영화의 고어와 잔혹함을 즐기는 장르 관객들에겐 맥빠진 콜라처럼 싱거운 영화일 거고요. 그렇다고 제대로 된 액션이나 특수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니 남는 게 별로 없는 영화죠.

남는 것은? 소피 마르소의 팬들이라면 오래간만에 접한 이 사람의 모습에 기뻐할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전 소피 마르소 팬이 아닙니다. 마르소가 저 같은 사람들도 만족시킬만큼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영국인 이집트 학자 글렌다 스펜다를 연기한 줄리 크리스티가 훨씬 매력적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스펜더와 벨락이 그 좋았던 60년대를 회상하며 서로에게 수작을 거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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