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쨍쨍한 일요일 오후, 영화가 시작되자마자부터 나는 울기 시작했다. 원래 영화를 보며 잘 우는 편이지만 이 영화처럼 계속 한쪽 손으로 눈물을 훔쳐가며 본 영화도 없다. 목까지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 경험 최초, 영화가 끝난 후 세수하러 화장실 간 것 최초다.

그런데 밀린 일기를 쓰는 지금, 의아하다. 타인의 대부분의 평이 불만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화가 아니었었나? 조금 눈에 거슬린 건 있었지만(철수가 변태녀에게 유혹당하는 설정은 상업적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감독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베사메무쵸>는 분명 간만에 보는 현실감 살아있는, 그래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필요의 영화였는데…. 내 안목만 이상한 것 같아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베사메무쵸>가 보여주는 철수(전광렬)와 영희(이미숙)의 지붕 아래는 현 한국 중산층의 일상을 백과사전처럼 모두 담고 있다. 수퍼에서 선착순 물건을 사기 위해 뛰어가는 영희의 모습에서부터 경품매니아 둘째 딸, 형님의 아이를 맡아 키우는 철수, 재혼한 엄마를 찾아가는 철수의 조카, 경제적 위기, 그에 따른 유혹…. 일일이 열거하기엔 버거운 솔직한 일상의 모습을 감독은 꼼꼼하게도 다 챙겨 넣었다.

그 일상을 눈 안에 넣다보면 감독이 묻어놓은 눈물폭탄 때문에, 감정선이 약해져 조금만 눈가가 젖어도 그것은 터지고 만다. 쉬이 감정선이 젖어버리는 나는 100분 동안 눈물폭탄이 연신 터져 버린 것이다.

만일 나에게 철수와 영희의 문제가 닥친다면 어떻게 했을까? 영화는 이러한 고민을 도식적이지 않게 문제제기를 하며 풀어간다. 영화가 택한 결말에 나는 공감한다. 그래,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기혼자들은 <베싸메무쵸>가 제기한 문제들에 심각히 감정이입을 해가며 보았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서 유사경험에 대한 반가움과 반성, 추억과 고민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영화가 이 정도의 기능을 했다면 나는 만족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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