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 종교계의 강한 반발과 네티즌들 사이의 논란...

도시의 음울함을 한껏 살려 인간 본연의 내재적 선과 악을 포스트모던한 스릴러 형식으로 묘사한 [엑소시즘]이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는 바로 13일의 금요일. 영화 속 내용중 카톨릭 신부가 엑소시즘 의식을 신봉, 조금은 이단적 색채를 보이자, 엑소시즘 의식을 거부하며 인정하지 않는 종교계 인사 및 카톨릭 신도들이 상영 취소 소동을 벌이는 등 종교계의 강한 반발을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종교, 비종교인을 막론, 이 영화를 관람한 네티즌들이 "과연 인간 내부에 사탄이 존재하는가!" "선과 악, 그것을 뛰어넘는 제3의 악이란?" "엑소시즘 의식은 진실인가!" "카톨릭은 엑소시즘 의식을 왜 인정해야 하는가!"... 등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로마 카톨릭교 신부들이 집전한 영화속 '의식'!!

[엑소시즘]에는 아주 신비롭고 경건한 엑소시즘 의식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장식되고 있다. 그중 온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수학교수 헨리 버드슨에 관한 귀신쫓기 의식장면에서는 실제 로마 카톨릭 신부 제임스 레바 신부의 고증과 집전에 의해 촬영되었는데, 촬영을 위한 의식이 진행되자, 스텝중 한명이 실제 공중으로 뜨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다른 스텝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을하고, 미래를 예언하는 등, 촬영을 위한 의식이 아닌, 실제상황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공포의 분위기 속에서 이 의식이 진행되자, 이씬의 촬영은 곧바로 중단됐고, 이 의식에 휘몰린 스텝 몇명이 제정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후 제작진은 하이라이트 장면을 더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푸른 빛과 빗방울... 포스트 모던한 도시의 고독!

[엑소시즘]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쉰들러 리스트]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바 있는 야누스 카민스키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자답게 영화 곳곳에서 포스트 모던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신앙이 공격당하는 이 시대를 황홀하고 스타일이 풍부한 서스펜스로 돋보이게 하기위해, 클래시컬하고 몽환적인 신비로움과 도시적 리얼리즘의 뉘앙스를 풍기게 했다.

그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강렬하면서도 서정적데, 두가지 별개의 시적이고 정서적인 차원으로 비쥬얼을 시각화했다. 하나는 소설가인 피터 켈슨의 심리적인 리얼리즘의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마야의 투시력과 신비로운 경험으로 충만한 초자연적 세계이다. 여기서 그는 전형적인 서스펜스 영화의 분위기와 달리, 현실과 불확실성 사이에 존재하는 모노톤의 풍경을 창조해냈다. 특히 이 작품에는 카메라와 조명을 통해 빛과 어둠의 미묘한 차이를 느끼게 했고, 거기서 밀실공포증, 망상증과 같은 느낌을 자아내도록 했다. 그레이톤과 푸른 빛의 필터를 이용, 도시의 고독을 표현했고, 인물들 묘사때는 클로즈업을 주로 사용했다.

또 이 작품에는 물방울, 빗방울의 이미지가 자주 차용되는데, 곧 닥칠 반전과 위기를 더 고조하는데 일조한다. 특히 푸르름이 도는 흑백화면 속에 등장하는 피의 이미지는 너무나 자극적이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세트에는 알고보면 유리로 가득차 있는데, 유리문, 유리칸막이, 유리벽...등은 등장인물들이 어디로 가든, 그들의 위험을 노출시킨다. 카민스키 감독은 이 광활하고 웅대한 화면을 표현해내는데 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