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가 데이빗 린치 감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끔찍한 상상+엽기+호러 영화인 이레이저헤드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노처녀 호러 좋아하는 친구 쫄래쫄래 쫓아가 본 것이 이레이저헤드였는데 극장 문을 나설 때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의심해 봤어야 했다. 처음에 극장에 친구와 나 그리고 열 사람도 채 되지 않는 텅텅빈 극장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일까 궁금반 호기심 반으로 보게 된 이 영화는 내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엽기 호러 영화로 남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자다가도 린치 하다 보면 머리 쥐어 잡고 상상하기도 싫고 다신 보고 싶지 않아. 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안 좋은(?)영화감독으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레이저헤드를 본 사람이나 로스트 하이웨이, 블루 벨벳을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는 드디어 린치가 미쳤구나. 나이를 먹더니 머리가 이상해 졌어. 라고 혀를 저을 것이다. 최근에 개봉한 멀홀랜드 드라이브만 해도 초반에 잘 먹히다가 중간 가서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는데 이 영화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정상적인 영화로 만들어졌다니.. 노처녀도 고개를 저으며. 린치 감독이 드디어 맛이 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오죽하면 내가 이거 정말 린치 감독 맞아? 라고 몇 번이고 친구에게 물어 봤겠는가.

이 영화는 정말 평범하고(?) 어느 영화가 다를 바 없는 잔잔한 영화이다. 그런데 영화는 잔잔한데 그 엽기영화의 대부 격인 린치가 이런 영화를 왜 만들었던 것일까? 드디어 미친 것일까? 노처녀가 예언컨대. 그의 내부 속을 보면 스트레이트 할아버지와 같은 마음이 있어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지 싶다.

이 영화는 실제 있었던 내용들이다. 실제 스트레이트라는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보지 않은 형을 만나러 가기 위해 잔디 깎는 기계를 타고 오랜 시간에 걸쳐 여행한 스토리이다.

언어 장애가 있는 딸 로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이 할아버지는 자신의 병이 심각한 줄 알면서도 오랜 시간 보지 못한 형을 만나기 위해 위스콘신으로 형을 만나러 떠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을 만난다. 아이를 밴 미성년자를 비롯하여 인정 많은 부부와 목사 그들을 하나씩 만날 때마다 스트레이트 할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그들에게 힘을 주게 된다.

노처녀는 영화 내나 잠잠히 앉아 있다 끝에 형제가 서로 마주 보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울컥 쏟아져 감동을 먹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 자막에 나와있는 대사가 너무 슬퍼서 나도 모르게 콧물을 질질 흘리며 나왔던 것 같다.

나와 같이 영화를 봐야 할 친구는 나와 길이 어긋나 린치 감독의 또 다른 작품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보게 되었는데 극장 문을 나온 친구가 멍하니 하는 말은 역시 린치였어. 처음 볼 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라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말을 하였다. 거기다가 두 세 번은 더 봐야지 이해가 가겠다는 말을 꺼냈다.

그때 노처녀 왈 "그래? 이 영화는 한번보고 눈물이 질질 나오더라. 린치 감독이 아마 멀홀랜드 보고 스트레스 받고 나오면 이 영화보고 화 풀라고 동시에 같이 개봉했나봐."

참고로 이 영화는 정말 정말 어려운 영화도 아니고 린치의 엽기 호러 영화도 아니다. 그냥 눈을 뜨고 머리도 굴리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잔잔히 볼 수 있을 정도의 영화다. 혹시 노처녀 처럼 린치에게 질리거나 린치 영화에 기겁을 할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는 한번쯤 봐주는 게 좋다.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