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은 <와호장룡>의 팬이었다. 어느 정도라면은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아무 생각과 정보없이 보고 기립박수까지 치며 'Coco Lee'의 주제가 [A Love Before Time]이 끝나서 어둠만이 남을때까지 극장에서 나오지 않았을 정도였다.

당연히 <협녀>라는 영화에서 <와호장룡>의 무협 모티브를 따왔다는 말을 들었을때 지존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중에 90분짜리 대폭 축소판이란걸 알고 실망은 했지만..그조차도 못구해서 수많은 비디오가게를 돌아다녔으며, 부천영화제에서 호금전 특별전을 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만사 제치고 예매부터 하였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일단 사설이 좀 길었다. 호금전의 <협녀>에 대해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의외로 싱겁다라는 것이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소문의 전설적인 칼싸움은 보여주지도 않은채 무슨 자연 다큐멘터리 마냥 그윽하게 잡아주는 산천의 모습에만 헤헤 넋을 잃었다가 어느 순간부턴가 벌어지는 칼싸움은 정말 의외로 시시했다.

<와호장룡>에서 수련이 용과 겨룰때 병기를 바꿔가는 순간 느껴지던 긴박감은 덜하고 대신에 한박자씩 여유를 부려가며 병기의 직접격돌보다는 부딪힌 이후의 자세에 좀더 비중이 실린듯한 무협이었고, 스토리 역시 차라리 신필 김용의 소설이 원작이었다면 좀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허술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는 <와호장룡>의 이안(A) 감독이 존경을 표했다는 대나무숲장면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부분도 의외로 싱거움만을 담고 있었다. 그동안의 칼싸움과 다를것도 없었으며 <와호장룡>처럼 대나무를 밟고 날아오르는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묘기는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동료의 손등을 딛고 날아올라서 대나무에 올라선 양소저가 수직낙하하며 상대방을 베어넘기는 순간 절로 찬탄이 터져나오고야 말았다.

바로 이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와호장룡>의 대나무장면을 무릎꿇린 <협녀>가 지닌 정중동의 극치였던 것이다.

그 다음부턴 모든 액션이 허투로 보이지 않았다. 과장된 연출에 의도적인 역광연출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검투장면의 진지함만큼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지존은 마지막 뭔가 심오한 뜻을 품은듯한 혜원대사의 마지막 손짓을 끝내는 파악을 못한채 극장문을 나서고 말았다. <와호장룡>에서 마지막 용이 뛰어내리던 장면처럼 이것역시 한참을 생각하고 궁리해야만이 깨달을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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