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 친구 근혜와 함께
화제의 영화.."봄날은 간다"를 봤다.
그래서 짧으나마...이렇게 감상평을 남긴다.

영화속 두연인의 엄청난 사랑의 속도를 비웃기도 하듯이
스토리는 상당히 차분하고 느리게 전개 된어간다.....

사랑의 아픔을 지녔지만 겉으론 밝은 은수(이영애)
자연의 소리를 쫓아다니는 자연처럼 순수한 소리녹음가,상우(유지태)

이런 두 남녀주인공은....자연의 소리라는 순수한 공통의 주제로
서로를 만나게 된다.

아름다운 사랑이 떠오르는 화창한 어느 봄날
두주인공은 한적한 어느 시골마을 숲에서 소리 녹음작업을 한다.
숲속을 스쳐 지나가며 나뭇잎을 흔드는 잔잔한 소리는 두주인공의
감정마냥... 조심스럽다.

이렇게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서로 더욱더 가까워져가고..
쉽게 찢어지는 약하디 약한...하얀종이에 은수는 손이 밴다...
상우는 그런 은수에게 손을 높이 들어 흔들면 아프지 않다고 말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도 아픈 상처를 남길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또는 그런 순수한 사랑(하얀종이)으로 상처를 받은 은수에게 상우가
새로운 시작("손을 높이들어 흔들면 아프지 않아요")을 도와주려는
의미일수도 있다.

은수가 일하는 방송국에 따라간 상우는 수줍은듯 방송하는 은수를
바로 쳐다보지조차 못한다... 방송을 마치고...둘은 커피를 마시며,
은수가 자판기옆에 놓여있는 소화기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은수: "상우씨...소화기 사용법 알아요?"
상우: "......."
은수: "안전핀을 빼고 래버를 꽉 누르는 거예요.
커피 마시면서 외었어요~"

이 대사는 앞으로의 영화전개를 암시한다..
뜨겁게 타오른 사랑은....반드시...."소화기"로 금방 꺼져버릴수도 있다는 것을....

"라면 드시고 가세요" 은수는 상우를 이렇게 집으로 초대한다.
아무것도 넣지않은 라면 그대로를 둘은 같이 먹으며 즐겁다...

"상우씨 오늘 자고 가세요" 은수는 이렇게 감정의 숨김없이 솔직하다.

이렇게 둘의 사랑은 시작된다..

서로를 아껴주며 둘의 사랑은 속도를 더해간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둘은 사랑은 식어가고...

라면 그대로도 맛있게 먹었던 은수는 그냥 라면은 이제 싫다..
떡도 넣어야되고...김치도 넣어야된다..

현재의 이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더 많은 것을 원해가는 것인것이다...
그럴수록 둘은 더욱더 멀어져만가고...

변절한 사랑의 기억만을 남긴채 이세상을 떠나버린 할아버지를
잊지못하는 상우 할머니는 실종되셨다가 다시 찾게된다.

하지만 실종된 두주인공의 사랑은 다시 찾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은수는 상우에게 이별을 고하고...
상우의 한마디를 끝으로 둘은 헤어진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이별후에도 은수를 향한 상우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
휴대폰 벨소리에 민감하고....언제나 은수를 생각한다.
그리고 은수가 새로 장만한 차를 차열쇠로 긁어버린다.
예전엔 자기차로 은수를 바래다 주었었지만...
이젠 은수의 새차로 인하여 그럴수 없는것이다...
그때문에 상우는 그차가 너무나 미운것이다...
급기야..녹음회사도 그만두고 만다...
사랑의 상처는 이렇게 컸던 것이다...

상우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밖으로 향해있던 할머니의 고무신을 상우는 집안쪽으로
돌려놓으며 밖으로 나돌며..혼란스럽기만 했던
은수를 향한 사랑또한 정리된다...

한편.... 다른남자를 만나 드라이브를 하던 은수는
상우와 함께 탔던 차 속도와 비슷한 그 속도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더 한층 빠르게 달리기를 원한다. 상우에 관한 기억을 잊으려는
노력일까?

일을 하고 있던 은수는 또다시 하얀종이에 손이 배이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높히 들어 흔든어 댄다...
의식적으론 상우를 잊었지만....무의식속엔 아직 상우의 자리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은수는 다시 상우를 찾게되고...상우에게 할머니에게 드리라고 화분을
선물한다..
새로운 사랑을 바라는듯 파릇파릇하게 새싹이 돗아나 있는
화분이다...

하지만...상우의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다..
은수를 향한 상우의 맘이 이미 떠난것처럼...

상우는 다시 그 화분을 은수에게 돌려주고,

둘은 각자 헤어져 서로 다른길을 걸어간다...

copyright all right reserved 박재현 2001.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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