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사해'가 90년대 홍콩느와르의 최전선에서 멋진 이별식을 치뤘다면, 21세기 홍콩의 무국적주의는 '신투차세대'와 같은 기형아를 양산하고 있다. 그것은 새로운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하는 홍콩영화계의 타성에도 기인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거대 중국의 위성도시로 전락한 '홍콩'의 위상이 경제적 맥락에서 밖에는 이해될 수 없는 안타까움에 있다고 하겠다.

영화 '신투첩영'의 속편으로 제작당시부터 홍콩 내에서 큰 관심을 불러모았던 '신투차세대'는 '신투'라는 신조어에서 그 영화적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다. "신의 경지에 도달한 도둑"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신투'는 '종횡사회'의 유희적이고 르네상스적인 '한 건'의 의미와는 분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암백신'과 '기밀서류가 담긴 디스켓'이라던지 하는 영화적 소모품의 개념에서 그 분명한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액션이라는 볼거리의 풍성함과 신기술로 가득찬 첨단 무기들은 인물 개개인의 대한 무신경한 배경과 사건에 대한 지나친 단순함으로 인해 관객의 마음까지는 사로잡지 못하는 듯 보인다. 맥(여명)과 버드(진소춘)가 애플이라는 여인으로 인해 서로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샘(이찬삼)과 미셸(설아)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다는 점. 더욱이 여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준(서기)과 맥의 얘기치 못한 동행과 준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은 사건과 인물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따로 논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인물에 대한 애정 없는 관객의 시선을 유도해낸다. 그럼으로 인해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영화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은 암백신을 맞은 듯 모두들 초초하게 머뭇거리고, 서로의 일에 관한 사전교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종횡사해'가 아조(주윤발), 제임스(장국영), 홍두(종초홍)의 뛰어난 팀웍과 그 팀웍의 밑바탕을 흐르는 그들의 속내 나는 이야기로부터 영화가 출발하고 끝맺는다는 점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관객에게 춤을 추듯이 권유하는 영화가 '종횡사해'였다면 독단적인 브레이크 댄스를 현란하게, 조금은 무리하듯이 보여주는 영화가 '신투차세대'인 것이다.

72시간의 생존조건은 차세대를 가로지르는 자신들의 생존 가이드라인이기도 하며 그들이 넘지 못하는 영화 밖의 벽이기도 하다. 그것은 점점 유치하며, 혼란스러워지는 제작사 UFO(홍콩)의 자기 비행의 반경처럼 좁혀드는 자국내 영화 시장의 변질이며, 그들이 버겁게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들이 제작한 영화의 짧은 수명처럼도 느껴지는 것은 어찌된 영문일까.

홍콩은 이제 우리의 기억을 붙잡을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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