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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모세를 만나다 (1993, Leningrad Cowboys Meet Moses)
핀란드 / 핀란드어 / 드라마 / 92분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각본: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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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와 상식을 거부하는 캐릭터들, 사회에 대한 블랙 유머적인 풍자, 인생의 저변에 깔린 페이소스의 현란한 변주로 유명한 카우리스마키는 '최후의 괴짜'라고 불릴 만큼 엉뚱하고 대담한 시네아스트이다. 이 영화는 전작격인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이후 5년만에 완성되었다. 그룹 '레닌그라드 카우보이들'은 그들에게 행운을 안겨다 준 멕시코에서 질낮은 데낄라를 탐닉하면서 소일하고 있다. 그러나 매일 거듭되는 단조로운 생활에 권태를 느끼던 그들은, 그들이 한때 만났던 구세주 풍모를 지닌 모세라는 이름의 사나이('레닌그라드 카우보이들'의 매니저 블라디미르이다)를 만나 코니 아일랜드로 떠난다. 그러나 모세라는 사나이는 성경에 등장하듯, 이 밴드를 이끌고 출애굽을 할 능력이 없다. 대서양과 유럽 그리고 대다수 아시아 국가를 거쳐 그들이 가야할 곳은 '약속의 땅'인 시베리아인 것이다. 서구사회에서 자유도 만끽하고 CIA의 추격을 받으면서 결국 그들은 예언자 엘리야(CIA요원이다)인 듯한 사나이를 만나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온다. 끊임없이 여행하지만 그 주인공들은 그 운명이 왜 그렇게 결정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뿌리잃은 삶의 여정속에서 막연한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희망에 대해 아키는 차가운 웃음 섞인 대담을 곁들인다. 일련의 작품 속에서 우연한 에피소드와 위트가 풍부한 디테일에 꾸준히 천착했던 카우리스마키는 스스로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꼽았던 브레송과 오즈의 앵글을 충분히 활용하며 무성영화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화면을 펼친다. 그리고 여기에 그의 커다란 무기인 '웃음'이 등장한다. 이 웃음은 때로는 섬뜩한 비수처럼 주인공들을 파멸시키고 또 때로는 황당무계한 스피드의 쾌감으로 화면에서 매혹적인 유혹의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세기말을 지나 새로운 밀레니엄이 도래했건만 이 시대에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웃음밖에 남지 않은 것일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웃음이 무기로 변화되는 순간을 포착하고 함께 웃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