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웨일의 <프랑켄슈타인>을 본 두 어린 소녀 아나와 이사벨. "왜 프랑켄슈타인은 소녀를 물에 던져 죽였을까.."라는 의문으로 시작된 소녀의 순진한 거짓말과 동화 속의 거인을 찾아 나서는 모험담이 마치 동화와 같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하지만 막 세상에 대해 알아 가는 어린아이의 환상은 어른들의 세계와 서글픈 충돌을 일으키게 되고, 그 결과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며 이야기는 아주 이상하고 거의 마술과도 같은 절정에 이르게 된다. 많은 작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모든 작품에서 독특한 미학적인 매력을 찾아낼 수 있는 빅토르 에리케의 데뷔작인 이 영화의 배경은 1940년 스페인이며, 영화가 개봉된 해는 프랑코가 사망하기 2년 전인 1973년이다. 동화와 같은 이야기에 다른 차원을 부여하는 것은 당시의 역사적 상황이다. 1940년은 스페인 역사에 있어 중요하고 미묘한 해이다. 2차대전이 유럽의 다른 나라를 휩쓸고 있는 동안 스페인은 중립선언아래 숨어 조용한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스페인 내전이 끝난 직후 프랑코 정부 독재하의 상황은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 아나와 이사벨의 부모는 이런 시대적 상황을 뼈속까지 체험하고 있다. 그들이 사는 카스틸리아의 작은 동네는 스페인 내전의 피해를 많이 받지 않았고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정치적 발언도 없지만, 관객은 전체적으로 맥빠지고 음울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이상스럽게도 조용하고 말이 없으며, 조심스럽다. 마치 긴 속삭임과 같은 영화이다. 영화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다양한 죽음의 상징과 마주치는 소녀.. 스크린 앞에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의 영혼을 잡아끄는 희귀한 재능을 가진 다섯 살의 소녀 아나역을 맡고 있는 배우는 최근작 <떼시스>의 여주인공인 아나 토렌트이다. 카를로스 사우라의 <까마귀 기르기>에서 대담하게 죽음을 마주하고 있던 소녀를 연기해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그녀의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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