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앤디 & 래리 워쇼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전에 장주(莊周)는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나는 것은 분명히 나비였다. 스스로 즐겁고 뜻대로라 장주인 줄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조금 뒤에 문득 깨어보니 분명히 장주였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알지 못하겠다. 장주와 나비는 반드시 구분이 있을 것이니 이를 물화(物化)라고 한다. - "蝴蝶夢",『노자/장자』장기근·이석호 역, 삼성출판사, 227-229쪽.

시뮬라시옹의 지옥, 이건 더 이상 고문의 지옥이 아니고 의미의 교묘하고 저주스러우며 포착할 수 없는 뒤틀림이다.의미의 뒤틀림 속에서는, 부르고스의 유죄자들조차도 흔들리는 자체의 휴머니즘을 쇄신할 기회를 발견하도록 서구 민주주의에 여전히 프랑코에 의해 주어진 선물인데, 서구의 분개한 항의는 거꾸로 이러한 외국의 간섭에 대항하여 대중들을 용접시켜 프랑코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한다? 이러한 복잡성이 그들 작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훌륭하게 맺어질 때, 이 모든 것의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 Jean Baudrillard, 『시뮬라시옹Simulacres et Simulation』. 하태호역, 50쪽

영화 [매트릭스(Matrix)](Andy&Larry Wachowski, 1999)는 여러모로 흥미를 던져주는 영화다: 영화 속에 수없이 등장하는 다른 영화들의 reference-특히 홍콩영화들-는 서구의 일부 평자들이 비난하는 요소 이기는 하지만, 과연 한국에서 영화 [매트릭스]가 개봉되었을 때 한국영화 [쉬리](강제규, 1999)가 받았던 동일한 종류의 비난(패러디! 혹은 표절!과 같은 딱지들)을 받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 싶다.

외형적으로 영화 [매트릭스]는 할리우드식의 영웅창출 神話를 담고 있다. 20세기중반 무렵에 수없이 반복되어 생산된 서부극의 극명하고 단순한 선악구도-정의의 必勝, 혹은 펄프잡지들의 comics에 등장하는 초현실적인 대중 영웅의 탄생 설화의 변주를 영화 [매트릭스]는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서부극 및 펄프잡지들의 영웅들은 태평양을 건너 홍콩에 이르러서는 이소룡과 같은 무술영웅이나, 오우삼 스타일의 쌍권총을 들고 절대적인 악, 변절자를 응징하는 자학적인 영웅들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워쇼스키 형제들은 아버지가 확실하지 않은 사생아들이다: 어쩌면 바로 이 '잡종hybrid'이라는 점이 그들 문화의 전지구적 보편성(그리고 부가적으로 뿌리깊은 대륙문화에 대한 열등감: 이 두가지는 결합되어 그들의 '영웅에 대한 찬미-대중주의'를 만들어낸다)을 주장할 수 있게할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영화 [매트릭스]가 담고 있는 써브텍스트 혹은 '誤讀'의 가능성을 쫒아보려고 한다. 외형적으로 영화 [매트릭스]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극명한 이원적 대립구도를 가지고 있다. '완전한 세계'를 위하여 '바이러스'와 같은 생존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을 제거하려는 컴퓨터-로봇, 그리고 그들의 에이전트들. 이 전지전능한 리바이어든(leviathan)은 그 자체가 [매트릭스]의 도처에 편재하는 전제국가다.(에이전트 스미스(Hugo Weaving 분)의 수없는 현시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지하철 승강장의 주정뱅이 영감으로부터의 현시다.20세기 말의 이 리바이어든은 사회의 가장 밑바닥 주변인까지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네오'는 [화성인 지구정복(They live)](John Carpenter, 1988))의 '나다'와 같이,'프랭크'를 위시한 그의 동맹자를 적어도 이 'Matrix'의 세계 내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과연 앞으로 '네오'는 어떻게 이 '고독한 英雄'의 상황에서 탈출하게 될 것인가?)

영화의 캐릭터 설정은 아주 자의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싸이버공간에서는 친숙한 아이디들-neo, morpheus, trinity, mouse...(반면 agent의 이름들은 마치 이 Matrix 권력의 편재성을 반영하듯 아주 평범한 이름들이다. smith, brown. 실제로 이러한 평범한 agent들의 ID들은 싸이버 공간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 자,여기서 최초의 영화 [매트릭스]에 대한 '誤讀'가능성이 제기된다.분명 영화 [매트릭스]의 주요캐릭터는 聖書나 그리스 고전 神話로부터 기원한다. trinity는 '삼위일체'이며, neo는 바로 'the one'의 아나그램(anagram: 철자바꾸기)이다. (마찬가지로 morpheus는 그리스 신화에서 꿈을 관장하는 神이며, 그들이 타고 있는 배 느부갓네살Nebuchadnezzar號는 성서에 등장하는 바빌론의 왕이름으로부터 따온 것이다. (더 자세한 것은 http://www.imdb.com의 영화 [매트릭스]의 trivia를 참조할 것))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Smith의 총격을 받은 neo가 '그가 아니라는 예언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쓰러져 죽지 않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oracle, mouse 등의 다른 캐릭터이름, 그리고 실제 neo, morpheus,trinity라는 주요등장인물들의 캐릭터이름을 이 성서 혹은 신화에 대한 메타포로 파악하기에는 아귀가 확실히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morpheus의 역할은 우리에게 '그'를 기다리는 '세례자 요한'을 떠올리게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잔재미'로 관객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려고하는, 워쇼스키형제의 전략에 우리는 휘말려 들어간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내린 오독에 의한 결론은 이렇다. '사실 거기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관객의 질문에 대해 '워쇼스키 형제'들은 다음과 같이 답을 할 것이다. "캐릭터 이름의 의미말인가요? 거기에는 아무런 의미도 존재하지 않아요." (마치 [유주얼 써스펙트]의 케빈스페이시가 둘러대듯) 캐릭터 작명에 관한 逸話들을 들이대며, 그들은 FAQ를 만들려는 [매트릭스]의 열광적인 팬들을 조롱(!)할 것이다.

"의미에게는 더 이상 희망은 없다. 그리고 이것은 다음을 말한다: 의미는 죽음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나 그 위에서 의미가 자신의 일시적인 지배를 강요했던 것,의미가 빛들의 지배를 강요하기 위하여 제거한다고 생각했던 것, 즉 외양들은 죽지 않은 것들이며, 의미 혹은 비-의미의 니힐리즘에 다치지 않는 것들이다.바로 여기서 '유혹'이 시작된다" - Jean Baudrillard,『시뮬라시옹Simulacres et Simulation』의 마지막 chapter, [니힐리즘에 대하여]에서 인용

영화 [매트릭스]는 20세기 초반 미국의 펄프잡지들에 연재되던 comics가 그렇듯 '부재를 감추는 전략'에 기초하여 만들어졌다.이것은 또한 현대의 컴퓨터 게임의 스토리 보드에서 그대로 채택되는 전략이 아닌가! 과연 영화 [매트릭스]의 이야기는 키아누 리브스가 처음으로 그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얻었던 열정적인 메시지-마음을 먹는 다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그리고 멍청한 그녀-Carrie-Anne Moss가 세 번째 읽어서야 겨우 깨달았다는, 'Faith'란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의 대담 참조: http://www.roughcut.com/features/qas/reeves_moss.html)

여기에서 우리는 중요한 열쇠로 'cypher(Joe Pantoliano 분: cypher=cipher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재미있게도 '별볼일 없는 놈'이라는 영화적 내러티브에 종속되는 뜻과 아울러 '암호'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라는 캐릭터를 주목할 수 있다. Joe Pantoliano는 항변한다. (그는 roughcut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지적하듯 워쇼스키 형제 영화들에서 'De Niro'이다.)"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나쁜 놈이 아니에요. 그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으며, 그는 다른 전사처럼 빨간약을 선택했으며, 그것은 그 역시 세상을 구하기를 원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는 모르페우스에게 화가 나있으며, 그가 오직 선택된 몇몇만을 기다린다는 점에 냉소적이 되고, 화가 났을 뿐이죠...만약 그가 빨간약을 먹지 않았다면, 자신이 그 시스템의 일부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갔을 텐데."

판톨리아니의 cypher에 대한 동정적인 생각은 영화의 줄거리에서 그리 빗나가지 않는다. 관객들은 cypher를 비난한다. 이미 예정된 패배(neo의 출현으로, 그의 은밀한 욕망은 좌절되었다.트린은 이미 neo와 사랑에 빠지는 여인으로 '예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예언된 신세계'에서 그의 자리는 어디가 될 것인가?)에 대한 그의 선택은 무엇이 될 것인가. 자, neo의 출현은 cypher를 위시한 '별볼일 없는 인간'들을 해방하고 구원하기 위한 것이다.확실히 cypher는 [지저스 크리스트 슈퍼스타]의 가롯 유다의 '욕망'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한걸음만 더 나간다면, cypher의 '선택'은 합리성이라는 잣대, 혹은 휴머니티라는 대의(大義)에 의해 부정될 수 없다. (에이전트 스미스의 언급에서 드러나는 통찰; neo와 관객들이 공유하고 있는 '휴머니티'란 그저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 의해서 비합리적이고 맹목적으로 존재하는 감정에 다름이 아니다.'그들'의 입장에서 '휴머니티'란 마치 세기말 한국에서 계급론자 혹은 코스모폴리탄을 주장하는 자들이 민족주의자들을 비난하 듯, '완벽한 사회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들의 어리석은 반항을 묶어주는 비이성적 충동, 혹은 '그들체제'의 에너지원으로 분해된 존재들의 '상상된 공동체'에 불과하다)

cypher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두뇌의 자극에 의한 '하이퍼 리얼리티'의 산물이라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품질좋은 시가와 고기 칼질 하는 것이 가지는 감각적 쾌락'이 이 '끝이 안보이는 抵抗'보다 더 유혹적으로 보인다. (:이것은 나에게 왜 노동자는 자본주의는 惡이다는 것을 알면서도 혁명이라는 이행의 전략을 선택하지 않았는가?라는 쉐볼스키의 명제를 재질문하게 하는데, 쉐볼스키의 답보다는 그의 '배신'이 neo의 출현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글의 서두에서 인용한 보드리야르의 역설적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맑스에 의한 자본론의 기술, 그리고 그에 기초한 노동운동, 공산주의운동의 전개는 역설적으로 맑스의 예언과 다르게 자본주의의 붕괴를 저지했다!)

이러한 보드리야르식의 궤변은 neo가 예언자를 만나는 장면에서의 '역설'에서 알레고리화된다. 예언자는 네오에게 말한다. '아, 그 꽃병은 괜찮아요!' 이 말을 들은 네오는 뒤를 돌아보게 되고,문 옆의 꽃병을 떨어뜨려 깨지게 한다. 쿠키를 굽고 있던 그 예언자는 말한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뒤돌아 보지 않았을 거에요.'

어쨌든, 그렇다면, 워쇼스키들이 이 영화에서 하고 싶어했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빨간약-파란약: 빨간 토끼의 문신: 이미 여러사람들의 지적과 같이,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우리에게 떠올리게 하지만( 역시 앞의 IMDB의 trivia 및 보다 자세한 reference의 목록에 대해서는 http://www.roughcut.com/features/working.hollywood/column9.html를 참조:사실 후자는 '쉬리 패러디(!:쩝) 찾기 억지게임'을 떠올리게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둠]이나 [퀘이트]류의 롤플레잉 게임을 보다 떠올리게 한다.이건 극장에서 이 영화를 시사회로 보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인데, 예를 들어 모니터로 그들을 들여다 보면서 내려주는 지시를 따라 탈출구를 찾아헤매는 과정, 화장실의 벽에 구멍을 내고 비좁은 틈으로 탈출하는 장면은 [쉐도우 워리어]등의 컴퓨터 게임의 비쥬얼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어쩌면 이것은 근미래의 네트워크 게임의 스토리 보드를 미리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혹은 앞으로 이 영화 [매트릭스]를 네트워크게임화했을 때 보다 정치하게 나타날 비쥬얼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영화를 앞으로 개봉하게 될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영화 eXistenZ와 동일한 계열에 두고 싶다-이 영화의 간략한 시놉시스는 제가 올린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신작 eXistenZ①]제하의 글을 참조하세요~. 이러한 誤讀에의 '혐의'는 사이퍼가 탱크와 도저를 쏠 때 사용하는 총에서도 드러나는데,앞의 러프컷의 트리비아에 의하면 이 총은 고스트 버스터스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위의 롤플레잉 게임의 특수총들(쉐어버젼이 아니라 돈내면 쓸 수 있다는 그 총 -.-;)과 놀랄정도로 흡사하다.

자, 이제 이야기를 뒤집어 보자: 낮에는 평범한 프로그래머, 밤에는 천재해커인 neo는 그가 찾던 다른 '고수' morpheus에게 질문을 받는다. "What is Matrix?" 매트릭스는 그가 살고 있는 20세기말의 전체세계였고, 진짜의 2099년의 세계는 인간이 컴퓨터문명의 에너지원으로 전락한 '종말이후'(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의 세계이다. 한발짝만 물러나 본다면, 이 싸이버의 공간에서 얻어낸 '진리' 혹은 '실재세계'란 그 경계가 애매모호하다. 싸이퍼로 하여금 배신을 선택하게 하고, 네오로 하여금 주저하게 만들었던 그 '사실'이 과연 '진실'인지는 애매모호하다. 모르페우스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켜려고 하는 시온(Zion: 성서적으로 해석한다면 약속의 땅이겠지요)으로의 접속: 모르페우스는 그 접속방법을 알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싸이퍼는 알수 없다. 약속의 땅은 약속의 땅일 따름이다. 어쩌면 미치광이 모르페우스에 의해 기만을 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은 20세기말의 어느날, 방구석에서 네트워크게임에 중독되어 헤매고 있는 Thomas Anderson의 '정신착란적인 음모이론'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영화가 담고 있는 비쥬얼이나 감성은 여러모로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 功殼機動隊 (Ghost in the Shell)](1995)를 떠올리게 하는데,실제 워쇼스키 형제는 이 영화를 찍을 때앞의 자신들의 '드니로'인 Joe Pantoliano에게 [공각대동대]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앞의 인터뷰 참조) 또하나. the one으로 선택되어진 네오의 이야기는 적어도 나에게는 안노히데야끼의 [신세기 에반게리온(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Neon Genesis Evangelion)](庵野秀明 ,1995-1997
) 씨리즈의 이카리 신지君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이의 지적대로 그렇다면 앞으로 the one이 된 neo는 어떻게 인류를 구원하게 될 것인가?

존재가 분해되어 Matrix의 시뮬레이트된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 자신이 Tube속에서 배양되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파국은 예정되어 있고, 수많은 피가 흐르게 될 것이다. 어쩌면 [End of Evangelion]에서의 레이의 언급과 같이 태양과 지구와 달이 있다면,언젠가 다시 생명의 싹은 살아날지도 모른다.극장에서 나오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그 노래를 떠올렸다...

"잔혹한 천사와 같이...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