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가 통하지 않는 언어는 침묵보다 못하고 때론 침묵 그 자체가 말보다 더 언어적이라는 역설을 이 영화에서 그대로 보여준다. 침묵하는 가운데 들리는 모든 소음, 신음소리, 심지어 무음의 상태가 영화에선 이전에 보지 못한 극단의 절망적 상태를 만들어주었다. 신은 침묵하고 고통에 노출된 인간은 신을 부르지 않는다. 인간은 서로를 감지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사랑은 근친상간에의 집착이나 공허한 육체적 욕망으로 나타날 뿐이다. 소년의 시점으로 보이는 기묘한 호텔방의 분위기와 사람들로 북적대는 낮거리, 탱크소리가 요란한 밤거리로 나뉘는 세상은 부조리 그 자체이다.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언니는 소외와 고통으로 붕괴되고 있고 남자를 찾아 밖을 헤매는 동생 안나는 고독과 욕망으로 붕괴된다. 하지만 그들을 구원해 줄 절대존재는 없고 그들은 또다시 어디론가 떠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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