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히만의 초기 영화인 <톱밥과 금속조각>은 <광대들의 밤>이라고도 불리는 서커스단의 이야기로서, 후기의 실내극 양식과는 다른 면을 보이고 있지만, 베르히만의 지속적인 관심사가 드러나 있는 영화이다. 인간의 고통과 이기심, 증오와 질투, 그 추악한 모습에 대한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의 표현대로 "과거에 대한 질투심이라는 악마에게 재갈을 물려 짐수레를 끌게 하는 영화"이다. 프로스트와 알마가 등장하는 플래쉬 백 속의 에피소드가 가장 중요한 모티브이며, 이후 현재 시간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모두 그 과거 속의 일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들의 변주이다. 모순되는 감정들의 혼돈 그 자체인 이 영화는 비평적으론 엇갈린 평가를 받았지만, 그 혼란 역시 베르히만의 철저한 연출에서 나온 것이다. 베르히만 초기의 비교적 정직하고 개인적인 영화이며, 이후 베르히만의 주된 모티브가 될 죽음과 어머니로서의 여성 이미지 또한 발견된다. 베르히만 영화의 오랜 동반자였던 촬영감독 스벤 닉비스트를 처음 만난 것도 이 영화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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