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의 화제의 영화 #5

감독: 홍상수
출연: 이은주, 문성근, 정보석

면밀한 냉정함을 통해 애증을 가지고 삶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이미 전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에서 알려진 바 있다. <돼지가…>는 서구 모더니즘의 시선에 가깝고 <강원도…>가 일상의 일그러짐을 관조했다면 이번 작품은 인간의 속내에 가까이 다가서는 듯 하다.

구질구질한 인간사를 파고드는 감독은 차가운 시선으로 <오! 수정>(5/27 개봉)을 바라본다. 그래서 블랙코미디같은 작품은 웃음을 터트리게 하지만 어느새 관객은 배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번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부문에 올랐던 만큼 작품성은 보증돼는 영화.

케이블TV 구성작가인 수정(이은주)은 담당 PD인 영수(문성근)와 가까운 사이다. 영수는 영화제작비 때문에 후배 재훈(정보석)의 미술전을 수정과 함께 찾아간다. 첫눈에 수정에게 반한 재훈은 사귀고 싶다고 고백한다.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수정이 서서히 재훈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이들은 마침내 하나가 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인간을 살아있게 하는 것은 욕망이다. 욕망은 뜨겁고 치졸하지만 아름답기도 하다. 물론 추하기도 하고. 영화는 5개의 에피소드로 나눠져 있다. 기억의 엇갈림을 통해 드러나는 사람들은 살아가려고 버둥거리고 애쓰는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므로 <오! 수정>은 기억의 미장센을 재현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수정과 재훈의 결합으로 만사형통되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종결이지만 시작이다. 신분차이가 큰 이들의 결합이 안전지대일리 만무하지만 적당히 한눈도 팔고 다른 사랑도 찾던 두사람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결부는 서로를 확인하는 과정이 된다. 수정과 재훈은 언어로 육체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자신의 짝을 찾았다. 불투명한 이들의 애정전선으로 인해 이 확인작업은 더욱 절실하다.

감독은 언제는 투명한 것이 있었느냐고 묻는 듯 하다.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뭔가? 콩깍지를 떼어내고 보면 사랑은 밥먹고 배설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쁘냐고? 만사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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