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저먼은 다시 한번 역사적인 게이 인물을 영화화한다. 오스트리아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비트겐슈타인은 모든 것을 버리며 철학의 구도자가 되어 간다. 그의 논리철학적인 인식론을 데릭 저먼은 부조리하면서 우화적인 화면들로 꼼꼼히 설명한다. 이해받지 못하는 삶.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삶. 비트겐슈타인은 자기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겠느냐고 이를 악물고 신경질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다그치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자신이 부러뜨린 연필과 견고한 몰이해뿐이다. 화면은 검은 배경에 인물들과 꼭 필요한 소품들만 등장시킨다. 거대한 칠판처럼 화면을 사용한 70년대에 고다르가 시도한 바 있는 지워진 미장센 또는 미니멀한 미장센이다. 감독은 비트겐슈타인을 빗대어 삶과 예술(철학)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이고 하나이어야 하고 하나일 수밖에 없다고 낮게 항변한다. 사족 하나, 비트겐슈타인 제자의 애인으로 출연한 키스 콜린스는 데릭 자만의 실제 연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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