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왕위를 계승했던 에드워드의 사랑과 몰락의 과정을 그린 16세기 말로우의 고전 희곡을 각색한 이 작품은 원작에서 대사와 불분명하고 애매한 등장 인물들만을 따왔을 뿐 영상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데릭 저먼식의 기이하지만 매혹적인 화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남성다운 기질과 영도력의 유약함 사이에서 흔들리며 불가능한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는 에드워드의 비극적 종말을 충분히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에서 마치 동성애 인권 운동가처럼 그려지는 에드워드는 데릭 저먼 자신하고 겹쳐져 보이기도 한다. 저먼과 오랫동안 작업을 했던 크리스토퍼 홉의 프로덕션 디자인(이 영화는 벽의 영화라고 말해도 절대 과장이 아닐 것이다. 영화 전체가 표면이 거친 거대한 벽들로 이루어져 있다.)과 <올란도>, <벨벳 골드마인> 등에서 의상을 담당했던 샌디 포웰의 재능이 돋보인다. 사족 하나, 에드워드와 가베스통이 헤어지는 장면에서 애니 레녹스가 직접 나와 부르는 'EVERYTIME WE SAY GOODBYE'는 이 영화 백미 중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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