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테렌스 데이비스는 흔히 '테렌스 데이비스 삼부작'이라고 불리우는 세 편의 단편들-<아이들>(1976), <죽음과 변형>(1983), <마돈나와 아이>(1980) -로 평론가들에게 영국 영화의 새로운 기대주로 자리잡았다. 이런 기대와는 달리 데뷔작이 나오기까지는 첫 단편에서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고, 이후 1999년까지 2편의 영화만이 필모그래피에 더해졌다. 리버풀의 한 노동자 가족에 대한 이 영화는 결혼식과 아버지의 죽음을 그리고 있는 "먼 목소리", 폭력적이었던 아버지의 죽음 이후 살아 남은 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모습이 담긴 "정지된 삶"으로 나눠진다. 아픔과 고통으로 가득찬 한 노동자 가족의 모습을 이미지 샷 중심의 장면으로 구성했고, 그 위에 대사를 대신하는 올드 팝송들이 어우러져 마치 오래 전 사진첩을 넘겨보는 느낌을 준다. 성장을 위한 고통과 아픔은 데이비스의 다음 영화들인 <긴 날을 끝내며>(1992)와 <네온 바이블>(1995)에서도 계속된다. 21세기에 찍을 그의 영화에서는 그 아픔을 극복하여 새로운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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