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인 측면에서 지구의 역사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투쟁의 역사라 볼 수 있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인간의 정상성과 비정상성 간의 갈등과 반목의 역사이다. 토드 헤인즈는 이러한 역사 속에서 주체이고자 한다. 성정체성과 관련된 모든 이미지의 원형이라 볼 수 있는 오스카 와일드를 복권하고 글램락의 계보를 훑어 내며 자유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뤄낸 <벨벳 골드마인>은 우연히 탄생한 시대의 걸작이 아니다. 그 이전에 이미 '정상'의 세상을 향해 던진 <포이즌>이라는 쓰디쓴 독약이 있었다. <포이즌>은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 스타일로 교차하면서 결국 인간의 본성에 대한 것으로 귀결되는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다큐멘터리, 50년대 호러물, 퀴어 멜러 드라마의 형식을 빌어 쓰며 토드 헤인즈는 단순히 형식의 실험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그는 이 세 가지 이야기가 주는 시적 느낌-결코 메타포적이지 않은-의 동일성을 간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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